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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마두로 시대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 분위기를 십분 활용한 니콜라스 마두로 전 부통령이 마침내 복제 정권을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근소한 득표 차로 패배한 야권은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있지만 야권도 참여한 과거 부패한 권력분점의 오명을 씻을 만큼 선명한 공약을 내놓지 못한 것도 14년 만의 기회를 놓친 원인이다.

재정적자ㆍ인플레이션 등 현안 산적

그러나 부정선거 시비에 따른 정국 불안이 아니더라도 마두로 신 정부는 경제상황 악화와 자체 모순으로 이미 장래가 불확실하다. 석유ㆍ천연가스ㆍ철광석 등 세계 최대의 자원부국인 베네수엘라에 자본과 기술을 앞세워 인프라 시장진출을 노리는 우리 기업들은 상황을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첫째 재정적자에 시달리던 정부는 2월8일 달러당 4.3 볼리바르였던 고정환율을 6.3 볼리바르로 32% 평가절하했다. 당시 암시장에서는 이미 17.5 볼리바르에 거래되고 있었다. 수입상품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상 이는 일부 식료품 가격 50% 상승 등 즉각 물가상승을 부채질해 서민들의 생계부담이 커지고 있다. 올해 인플레율은 35%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둘째 베네수엘라는 미확인 매장량을 포함해 세계 최대의 석유보유국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석유판매 수입을 재투자하기보다 빈민구제사업에 전용한 결과 석유생산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석유생산량은 차베스 집권 직전인 1998년 일일 350만배럴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220만배럴까지 추락했다. 그나마 일일 95만배럴씩 수입해오던 미국이 최근 셰일 석유와 가스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에너지 자급률을 높여 석유수입을 줄이고 있다. 수출의 95%, 정부수입의 35%를 석유판매가 차지하는 마당에 진퇴양난이다.

셋째 베네수엘라는 그간 1,000여개의 국내외 기업을 국유화하고 가격통제를 실시함으로써 투자자 의욕이 상실된 상태다. 국영화된 기업에는 부패와 비효율이 난무해 설탕ㆍ밀가루ㆍ닭고기ㆍ소고기ㆍ우유 등 각종 생필품의 만성적 부족난이 소비자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세계은행과 국제금융공사(IFC)가 발표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베네수엘라는 조사대상 185개국 중 180위로 경쟁력 세계최저인데다 수도 카라카스는 범죄율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베네수엘라 정부는 재정긴축과 평가절하, 외환통제 해제, 세수증진, 원유 해외원조, 국내 석유보조금 중단, 석유산업 외국인투자 유치, 부패척결, 규제완화 등 비인기 개혁정책들을 단행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그러나 마두로 신임 대통령이 그 같은 방향전환을 시도할 리는 만무하다.

계파 갈등 속 개혁 성과낼지가 관건

왜냐하면 마두로는 아직 권력기반이 굳건하지 못하다. 그가 비록 차베스의 공개 지명을 받아 대통령 권한을 대행했고 집권당인 통합사회주의당(PSUV)의 대선후보가 됐지만 헌법은 국회의장이 대통령 유고시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장은 차베스의 군 동료이기도 한 디오스다도 카베요이고 PSUV는 군부출신과 노조출신 등 다양한 계파로 구성돼 있다. 마두로가 만일 차베스 노선을 이탈한 개혁을 시도한다면 이는 곧 계파 간의 갈등에 불을 지피는 셈이 될 것이고 그에게는 정치적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마두로로서는 차베스 노선을 유지해 PSUV의 내부결속을 다지는 것이 급선무다. 즉 국유화 정책을 지속하면서 유가가 버텨주는 한 시간을 벌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투자자 신뢰 하락, 경기회복 지연, 생필품 공급난 가속화라는 악순환을 불러올 가능성이 더 크다. 과연 시간이 마두로 편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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