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인덱스펀드 운용사 뱅가드(Vanguard)가 벤치마크를 변경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벤치마크 변경으로 한국 주식시장에서 약 10조원의 자금이탈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뱅가드그룹은 지난 2일 22개 펀드의 벤치마크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서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중에는 6개 인터내셔널펀드(International fund)도 포함된다.
문제는 MSCI에서 신흥시장으로 분류된 한국 시장이 FTSE에서는 선진시장으로 분류돼 있어 편입 비중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현재 뱅가드의 이머징마켓 펀드는 671억 달러 규모이며 이중 한국은 1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벤치마크가 변경되면 해당 펀드에서 한국 주식이 빠지게 된다.
뱅가드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머징마켓 펀드의 한국주식 편출에 따른 예상 유출 금액은 104억 달러다. 물론 선진국 시장을 포함하는 3개 펀드에서 한국 주식을 새로 편입하겠지만 유입 규모는 13억 달러에 불과할 전망이다. 최소 80억(9조원)~90억 달러(10조원) 규모의 자금유출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파이낸셜타임즈는 JP모건의 보고서를 인용해 "뱅가드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시장에서 100억 달러의 자금이 유출될 것"이라며 "한국이 가장 큰 손해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당장 대규모 자금 이탈이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이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영준 현대증권 연구원은 "벤치마크 변경은 내년에 이뤄질 것”이라며 “단계적 이행으로 주식시장에 일시적 충격은 없겠지만 지속적인 자금유츨로 심리적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글로벌 유동성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까지 감안했을 때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를 잘 극복한 한국경제 여건과 낮은 밸류에이션의 증시 상황을 봤을 때 한국증시의 투자매력도는 여전하다고 판단된다"며 "인덱스펀드의 자금유출은 액티브펀드의 자금유입과 어느 정도 상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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