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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성폭력, 우리 아이는 안전할까

아이가 보내는 작은 신호 놓치지 말고 잘 살피세요

성기 계속 만지는 등 이상 행동 체크를


중학교 2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딸을 둔 학부모 이모(46)씨는 최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 여럿이 성추행을 했다는 뉴스를 보며 아이들과 대화하던 중 아연실색한 경험을 했다. 큰딸이 "중학교 때 명찰을 제대로 달라며 가슴을 손으로 찌르는 선생님이 있었다"며 "지금 생각해보니 (성추행과) 비슷한 상황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 것이다. 이씨는 "친구관계나 학교생활에 관심을 많이 뒀는데도 아이들이 교내에서 성폭력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제자와 동료 교사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추행·성희롱을 저지른 일이 알려지면서 가정마다 '우리 아이도 성폭력에 노출됐을 수 있다'는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폭력 피해의 80%는 아는 사람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학교·학원 등 생활환경을 중심으로 자녀의 변화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은 성폭력에 노출됐을 경우 이유 없는 우울·불안 증세를 나타내거나 성기를 계속 만지는 등 특정한 증상을 보인다. 이 경우 대화에서 아이가 보내는 사소한 신호에 주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갑작스럽게 자주 등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아이가 이 특정인에 대해 호불호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더라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엄마와 아빠가 이런 차이가 있다'와 같은 대화로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성에 대해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자의식과 독립성이 발달한 청소년은 징후도 다른 만큼 다른 처방을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경우 부모가 자녀와 일상생활을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는 대화법을 권한다. 변신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추궁하는 것처럼 묻는 대신 '나는 이런 일이 있었는데 너는 어땠니?' 등으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간혹 청소년들은 '내 친구는 이런 일이 있어' 등으로 다른 사람의 상황을 빌리거나 혹은 '요즘 이렇다는데 이건 어떻게 생각해?' 등의 질문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부모가 감정의 동요를 드러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부모가 감정의 동요를 보이면 '큰일을 겪었다' '일이 더 커질 것 같다'는 심리로 초기단계에서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대화에서 아이의 느낌을 인정해주고 차분하게 부모가 느끼는 감정을 설명해주면 부모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정서적 공감 능력도 커진다.



학교에서 이성 또래와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들을 던져주는 것도 중요하다. 성에 따른 차이 등을 이해하다 보면 아이들의 시각도 넓어지고 또래 간 성폭력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서울시립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는 '부모와 함께하는 사춘기로의 여행'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런 프로그램에 아이와 함께 참여하다 보면 부모는 몰랐던 아이의 사생활, 내밀한 생각을 이해할 수도 있다.

아동은 물론 청소년도 '애정=보호'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가해자가 평소 친밀했던 사람이라면 거절의 표현이 보호를 벗어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거절이 상대를 부정하거나 신뢰를 잃는 것은 아니라고 알리는 게 중요하다. 직접 대면해 거절의 표현을 하기 어려워하면 편지나 쪽지로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아이가 성폭력에 노출됐을 경우 부모가 아이의 습관 중 고치고 싶었던 부분을 지적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러니까 화장은 하지 말랬잖아' '치마는 줄이지 말았어야지'라고 말하면 아이는 영원히 마음의 문을 닫는다. 전문가들은 "성희롱은 권력과 관계가 있다"며 "어떤 경우에도 피해 자녀의 행동에서 이유를 찾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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