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뚜껑을 열어보니 서비스 업종이 예상 밖의 최대 수혜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 FTA 효과를 기대했던 자동차·정보기술(IT)·석유화학 업종은 아예 관세철폐 대상에서 빠지거나 관세철폐 기간이 길어 찻잔 속 미풍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이 그동안 굳게 잠겨 있던 서비스 시장의 빗장을 풀기로 하면서 여행·엔터테인먼트·유통·운송 등 관련 업종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 수출시장의 패러다임은 투자에서 소비로, 소비에서 서비스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한중 FTA 협상의 주요 성과도 성장하는 중국 서비스 시장의 개방에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투자전략을 세워볼 만하다"고 말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중 FTA가 타결된 후 국내 증시에서는 중국 시장 공략에 성공한 아모레퍼시픽의 뒤를 이을 종목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한중 FTA 협상 결과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IT·철강·화학 등 대형 수출주의 효과가 당초 예상과 달리 크지 않아 새로운 수혜 업종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FTA 협상에서 중국 측 민감품목인 자동차가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됐고 액정표시장치(LCD)는 10년 내 관세를 철폐하기로 하는 등 상품 양허 수준이 높지 않았다"면서 "반면 건설·유통·법률·엔터테인먼트 등 중국 서비스산업에서 높은 수준의 개방을 이끌어낸 점은 성과"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번 FTA 협상에서 그동안 굳게 잠겨 있던 서비스 시장을 우리 측에 열어줬다. 우리가 자동차와 IT를 포기하고 13억 중국 서비스 시장을 얻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먼저 중국은 한국 기업이 49%의 지분을 갖고 한중 합작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세울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한중 FTA 이후 국내 엔터테인먼트사들이 공동투자·제작 방식을 통해 중국 사업에 진출할 길이 열린 것이다. 또 중국은 방송보호기간을 20년에서 50년으로 연장하는 등 방송사업자의 저작권 보호수준도 획기적으로 높였다. 이는 한류 콘텐츠를 기획·생산·유통하는 국내 엔터테인먼트사에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를 반영하듯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국내 엔터테인먼트주는 전날 대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에스엠(041510)이 전날보다 6.18%(1,700원) 오른 2만9,200원에 장을 마감했고, CJ E&M은 7.27% 상승한 3만6,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7.47%), 키이스트(054780)(3.75%) 등 상승 마감했다.
여행·레저 업종도 한중 FTA 타결을 계기로 전반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중국은 기존에 미국·일본·독일 등 일부 국가업체에만 허용했던 중국인에 대한 해외여행 업무를 한국에도 개방하기로 했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여행사가 중국에서 유커를 대상으로 여행 상품을 만들어 한국으로 데려올 수 있는 인바운드 여행이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가 기대돼 여행·레저 업종은 사업 성장의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가깝게는 모두투어(080160)·하나투어(039130)·레드캡투어(038390) 등 여행사가 한중 FTA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며 중장기적으로는 유커 증가에 따라 GKL·강원랜드 등 카지노 업종과 호텔신라·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 면세점주도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인 여행객 증가에 따라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 등 항공사 역시 중장기적인 수혜주로 분류된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관련 주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중국의 전자상거래 규모는 10조2,000억위안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인터넷 쇼핑은 올해 2조7,000억위안으로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올랐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소매판매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서고 있는 유일한 나라"라면서 "한국의 리테일 제품이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할 기회는 더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어 쇼핑사이트를 개설한 인터파크INT와 롯데쇼핑(023530), 알리페이와 제휴해 국가 간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KG이니시스(035600) 등이 관련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