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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기행 건축은 문화다] <38> 역삼동 엄지빌딩

도로 경사 활용 계단식 설계…외벽재료 차별화 조형미 살려


전문 디자인 그룹 엄지하우스가 사옥으로 쓰는 엄지빌딩은 업무 빌딩과 다세대 주택이 밀집해 있는 역삼동의 일반 주거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지하철 2호선 역삼역에서 도곡공원 방면으로 500m가량 내려오다가 다시 좁은 골목으로 300m 정도 들어가야 하는 일반 주거지역에 자리잡고 있다보니 도로 폭에 의한 사선 및 일조권에 제한이 따랐지만 오히려 그런 제한이 건물의 디자인을 돋보이게 하는 요인이 됐다. 건물 북쪽은 타 건물과 접해 있어 밑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면적이 줄어드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지하1층~지상5층으로 지어진 엄지빌딩에는 4층과 5층에 외부 데크가 설치될 수 있었다. 주변 건물의 일조권과 도로사선제한(도로로 둘러싸인 지역에 적용되는 높이 제한)을 감안해 건물을 직사각형 모양이 아닌 계단식으로 설계하면서 생긴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것이다. 엄지빌딩은 출입문이 있는 남쪽과 서쪽에 도로를 접하고 있고 남쪽과 북쪽은 약 2m가량의 높이차가 있다. 이런 도로 상황과 높이차를 이용해 1층 후반부는 일부를 필로티로 만들어 자주식 주차장(운전자가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 들어가는 주차장)으로 이용하도록 했다. 또 건물의 지하공간을 상업적으로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남쪽 도로에 지하실로 통하는 계단을 만들어 동선을 편하게 했다. 건물의 주 출입구는 남동쪽에 설치했다. 설계를 맡은 유승문 일우준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도로의 경사와 지하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엄지빌딩은 대지면적 559㎡에 건축면적이 308㎡인 소규모 건축물이다. 1층 주출입구에 설치된 커다란 유리벽은 소규모 건축물에서 느껴질 수 있는 답답함과 단조로움을 벗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건물 지상부의 코어(복도ㆍ계단ㆍ엘리베이터ㆍ화장실 등의 공용 공간)의 동선은 최대한 짧게 만든 것도 특징이다. 내부 및 외부 마감재는 노출 콘크리트와 라임스톤을 사용했다. 건축주가 인테리어 및 디자인 회사기 때문에 현대적인 감각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유승문 대표는 “사선제한으로 자연스럽게 나뉜 건물 외부는 각기 다른 재료를 사용해 조형미를 살리려고 했다”며 “설계 과정에서 인테리어 업체인 건축주의 안목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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