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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보는 '우루왕'의 전설
입력2000-11-27 00:00:00
수정
2000.11.27 00:00:00
새롭게 보는 '우루왕'의 전설
내달 14~17일 국립국장서 공연
가장 세계적인 작품은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난타'가 리듬에 있어 사물의 기본장단을 응용했다면, '명성황후'는 극적 소재를 구한말에서 빌려왔었다.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낸 이들 작품의 바탕엔 가장 한국적인 요소가 깃들어 있었던 셈이다.
같은 요소를 우리 창극에 접붙인다면 어떠할까. 판소리적 발성에 서양 뮤지컬을 도입하고 전통춤에 현대적 무용을 함께 한다면. 서양악기에 우리 악기를 접붙이고, 아예 셰익스피어에 전래설화를 더해본다면.
내달 14일부터 1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우루왕'은 음악적 요소와 극적 요소 모두에서 동서양의 결합을 시도한 새로운 형태의 총체연극(total theatre)이다.
지난 10월, 경주의 신라 유적인 반월성터에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00 특별공연'으로 열린 바 있는 이 작품은 우선 극적인 면에서 독특하다.
영국의 '리어왕'과 우리의 '바리데기'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영토를 물려준 두 딸에게 배신당하고 미쳐가는 왕의 모습은 '리어왕'에서 온다. 하지만 이러한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 생사를 넘나들며 천지수를 구하는 막내딸 바리의 모습은 영락없는 우리의 전래 서사무가다.
갈등으로 막을 내리는 서양극 요소는 어느새 상생(相生)의 동양적 세계관으로 바뀌어 있었고 곳곳에서 드러나는 해학적 요소는 이 극이 우리 창극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음악적 면에서는 그 독특함이 더하다. 바리공주의 판소리와 우루왕의 서양적 발성이 한 무대에서 공존하는 것.
우루왕 역의 김성기는 명성황후의 악역으로 잘 알려진 뮤지컬 전문배우이며 갈대부인 역의 안숙선은 유명 국악인이다.
바리역의 이선희와 박애리는 각각 판소리를 전공하는 학생과 국립창극단의 단원. 또 무대에서는 판소리ㆍ굿, 국립무용단의 춤과 전통무예, 국립국악관현악단 첼로의 반주, 타악그룹 공명의 연주등을 같이 만날 수 있다.
대본과 총감독을 맡은 국립극장 극장장 김명곤, 안무를 맡은 배정혜 국립무용단 단장, 음악을 담당한 원일 국립무용단 음악감독, 직접 작ㆍ창에 나선 안숙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면면을 살펴보면 이 작품에 임하는 국립극장의 자세가 쉽게 짐작된다.
국립극단ㆍ국립창극단ㆍ국립국악관현악단ㆍ국립무용단이 총 출동하는 이 극을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물로 키우겠다는 것.
이미 프랑스 아비뇽축제 사무총장인 모니크 쿠탕스와 프랑스 공연예술잡지인 텔레마나 편집장 파비엔느 파스코, 그리고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예술교류부장인 노로 마사히코와 아시안 아트페스티벌의 코디네이터 기리타니 나츠코가 관람 의사를 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경주 공연에서 야외였던 무대는 이제 국립극장의 실내무대로 옮겨진다. 한국의 연행(演行)예술에서 서양 무대예술로 한걸음 더 다가가는 셈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과연 어떤 성공을 거둘 수 있을 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희원기자
입력시간 2000/11/2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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