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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추락하는 것에도 날개를

지난 한 달여 우리 국민들은 황우석 교수로 인해 가슴 뿌듯한 행복을 맛보았다. ‘우리도 드디어 노벨상에 도전할 수 있는 세계적인 과학자를 보유하게 됐구나’ ‘줄기세포에 관한 한 우리가 미국보다 앞서 있구나’ ‘어떻게 황 교수를 도우면 하루빨리 줄기세포를 실용화할 수 있을까’. 황우석 교수는 단숨에 영웅이 됐다. 비단 난치병 환자들에게만이 아니라 그는 국민의 ‘희망’이요 ‘자존심’이 된 것이다. 난자채취 문제로 황 교수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국민들은 대체로 그의 손을 들어주었다. 생명윤리문제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줄기세포를 배양해 난치병 환자를 살린다고 한다면 그 또한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여론은 그를 두둔하는 편에 섰다. 대한항공이 그에게 일등석을 무제한 제공한다고 할 때도 ‘이제야 과학자가 제대로 대접받는 세상이 왔구나’했다. 논문의 진위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잡음이 있을 때도 사람들은 황 교수를 믿었다. 국민들은 소위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그를 음해(?)하는 세력들을 단죄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MBC의 PD수첩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줄기세포는 없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한 순간에 온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말았다. 매 시간 흘러나오는 뉴스에 귀를 기울이지만 국민들의 궁금증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황우석 연구사단의 분열이다. 국민들은 어느 것이 진실인지도 모르는 채 하루아침에 동지가 적으로 바뀌어 진흙탕 속에서 허우적대는 꼴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설령 모두가 다 거짓이라고 하더라도 연구진들이 한목소리라도 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황 교수에 대해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이 적지않다. 그들은 이렇게 허망하게 포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한 두개의 줄기세포는 있겠지’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를 매도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인신공격성 루머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황 교수 사건의 전말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일희일비 폭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끓고 식는 온도차이가 너무 크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고 했던가. 한번 잘하면 하늘만큼 올려놓고 한번 삐끗하면 낙하지점이 안 보인다. 보다 차분하고 성숙한 국민성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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