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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 공연 보러 갑시다

박인건 <충무아트홀 상임이사>

서울 시내에 위치한 공연장의 객석 점유율이 예전 같지 않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돼 공연장을 찾는 관객의 숫자가 현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공연예술을 즐기는 관객이 줄어들고 티켓 판매가 부진하자 예고라도 한 듯 공연장들이 불황의 늪에 빠져 있다. 주5일제 불구 공연 관객 줄어 기업 협찬, 광고 수입 등 공연예술계의 일반적인 재원 조성이 어려워지면서 순수예술을 위한 공연 기획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공연예술계의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무대예술의 공연 시간은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출연자들이 예술적인 기량을 표현하기 위한 노력은 물론이지만 공연 기획자들은 이 짧은 시간을 위해 길게는 몇년, 짧게는 몇개월 동안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복잡하고 힘든 노력을 기울인다. 예컨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도 쉬운 것은 아니지만 공연장 섭외, 협찬, 후원, 티켓 판매, 홍보 등 어느 하나 만만한 일은 아니다. 문화예술 향수 실태를 조사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가운데 연중 공연예술을 관람하기 위해 티켓을 구매하는 관객의 수가 3~4%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부끄러운 수치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처량하게 만든다. 특히 사회의 저명 인사들 중에는 티켓을 구입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초대권을 얻어야만 체면과 권위를 내세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예상 외로 많다. 그래서 관심의 대상이 되는 공연에는 초대권 요청을 감당하지 못한 공연 기획자가 아예 잠적해버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최근 일산ㆍ안양ㆍ안산을 비롯해 서울 중구ㆍ광진구ㆍ노원구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다양한 문화시설을 갖춘 공연장을 새롭게 개관했다. 이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예술 진흥사업으로 새로운 문화 인프라가 구축되는 것은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시민들에게도 가슴 떨리는 일일 것이다. 생활 가까이에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서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수준 높은 공연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것이 분명하다. 주 5일제의 시행으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공연예술계에서는 주 5일제가 시행되면 많은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문화예술을 즐길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문화시설을 찾는 지역 시민들의 발걸음은 그다지 늘지 않았다. 공연예술을 포함한 문화예술보다 오히려 레저나 관광ㆍ여행 같은 산업이 부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예술시장은 오히려 위축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공연은 감성과 창의력을 풍부하게 한다. 특히 학생들에게 공연 관람은 자신을 돌아보고 이웃과 사회를 생각하게 하는 인성교육의 좋은 기회가 된다. 이것이 레저ㆍ관광과의 차별된 특징일 것이다. 문화예술의 매개자인 공연장의 노력도 필요한 때다. 주 5일제 시행을 맞이해 가족 단위 관객을 위한 공연 관람과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패키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로 삶의 여유 찾기를 또한 시민들은 우리 지역에 세워진 공연장이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지키고 보살피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외국의 경우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저명 인사들이 예술가를 위해 표를 사서 관람하면서 ‘우리가 표를 사서 공연장을 찾아주지 않으면 누가 우리나라의 예술가를 보호하겠느냐’고 이야기 했던 것이 기억 난다. 이제 우리도 주말에는 옷장 속에 보관해둔 멋진 옷을 골라 입고 가족을 위한 음악회 입장권을 구입해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통해 문화적 풍요와 여유를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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