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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뉴 빅뱅] <1부> 요동치는 자본시장 ① IB후진국 멍에 벗자

자기자본, 해외IB 30분의 1… 글로벌 무대 명함도 못내밀어<br>기업 해외채권 발행 업무등 돈되는 분야 경쟁 엄두 못내<br>M&A 등으로 덩치 키우고 선택과 집중 통한 전문화 시급




지난해 5월 '기업공개(IPO) 최대어'라는 수식어를 달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삼성생명. 당시 삼성생명은 200억원이라는 거액을 IPO 주선 수수료 명목으로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외국계 투자은행(IB)에 퍼부었다. IPO를 성공시켜달라는 의미다. 그리고 이들은 수수료 이상의 성과를 삼성생명에 제공했다. 골드만삭스 주도로 실시한 삼성생명의 해외 IPO 청약에서 경쟁률을 8대1까지 끌어올렸고 이는 곧 공모가를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11만원까지 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시장 일각에서 "삼성생명 IPO 성공의 일등공신은 외국계 IB"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 IB시장에 외국계의 참여는 양적인 면에서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 절대적이다. 기업 분석에서 가치평가ㆍ세일즈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네트워크와 전문인력풀을 바탕으로 기업의 요구를 100% 이상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IPO시장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국내 상장사의 해외 발행 채권의 주간사 순위에서 JP모건ㆍBOA메릴린치ㆍBNP파리바은행ㆍ도이치은행ㆍ모건스탠리가 각각 1~5위를 싹쓸이했다. 반면 국내 증권사는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증권사들은 국내 기업의 해외 채권발행 업무에서 아예 명함을 내밀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국내 증권사들은 돈이 되는 해외업무는 포기한 채 좁은 국내 시장에서 처절한 생존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처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탄생시킨 자본시장법도 시행 2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골드만삭스'를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걸기는 했지만 세부규정에서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엇박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자본시장법은 중소 증권사의 구조조정과 대형 증권사 육성이라는 두 가지 방향성을 갖고 출발했지만 지난 2년의 현실은 당초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자본시장법 시행 후 국내 증권사(외국법인 포함)는 현재 62개로 자본시장법 시행 전인 2007년 말(54개)에 비해 8개나 늘었지만 증권사들의 덩치는 커지지 않고 있다. 법 시행으로 오히려 군소 증권사들만 난립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IB 후진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대형화'를 꼽고 있다. 먼저 덩치가 커져야 글로벌 IB와 경쟁을 하고 시장에서도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금융감독당국에서 증권사의 대형화를 언급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10개 국내 대형 증권사의 평균 자기자본규모는 2조1,712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골드만삭스(2009년 기준 643억달러)의 30분의1밖에 안 된다. 아시아 대표 IB인 노무라(177억달러)나 맥쿼리(88억달러)에 비해서도 턱없이 적다. 강종만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IB업무는 규모의 경제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소수 대형사에 의한 독과점이 불가피한 점이 있다"며 "따라서 국내 증권사들도 IB업무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대형화와 함께 업무별로 선택과 집중에 의한 전문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덩치를 키우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인수합병(M&A)이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들은 서로 하는 일이 비슷해 합병 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 또 증권사들의 몸값이 가치에 비해 높은데다 대기업이나 은행 계열사인 경우가 많아 기득권을 버리고 굳이 합병을 하려는 의지도 부족한 상황이다. 김병철 동양종합금융증권 IB본부장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M&A 기회는 그리 많지 않고 합병 후 통합과정에서 실제 효과가 발생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1차적으로는 자본확충을 통해 일정 수준으로 대형화를 한 후 추가적으로 M&A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지지부진하던 증권사 대형화 이슈가 금융당국의 대형 IB 육성론으로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올초 금융위원회 수장으로 취임한 김석동 위원장이 우리투자증권 매각을 통해 글로벌 IB 수준의 대형 금융회사 탄생의 의지를 밝히면서다. 만약 우리투자증권을 국내 대형 5개사 가운데 한 곳이 확보할 수 있다면 자기자본이 단숨에 5조원을 넘는다. 이 역시 글로벌 IB에 비해서는 작은 규모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모범이 되면서 추가 합병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크다. 다만 시장판도를 바꿀 만한 대형 M&A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느냐는 여전히 어려운 점이 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은 "증권사 간 M&A가 대형화를 이룰 수 있는 최적의 방안임에는 틀림없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자기자본 확충 또한 단기간에는 한계가 있어 전략적 제휴라든지 해외 현지화 전략 등 현실적인 대안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형화와 함께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것도 국내 증권사들이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제조업체들이 수출로 성장한 것처럼 국내 증권사들도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IB업무 활성화와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 시장에서의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발전시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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