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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 살인자의 모습 보단 사랑에 빠진 남자로 봐주세요"

■ 인터뷰- 영화 '백야행'의 고수

고수

"영화 '백야행' 촬영은 내 안에 '요한'이라는 풍선을 만들어 그걸 터뜨리지 않고 촬영장으로 데려가는 작업이었죠" 고수는 '백야행'을 찍는 3개월 간 거의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당당하게 태양 아래서 걸을 수 없는 주인공 '요한'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어두워져야 밖에 나가는 생활을 지속하다 보니 사람이 두려워졌고 소리에도 민감해졌다. 그렇게 촬영을 마치고 영화는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고수에게는 촬영 때 만들었던 요한의 풍선이 아직 남아있었다. 16일 이뤄진 고수와의 만남은 고수 안에 있는 여러 가지 풍선들을 조심스럽게 구경하는 작업이었다. 고수는 사소한 질문에도 신중하게 대답했고, 단어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한참을 곱씹은 후에야 답했다. '백야행' 속 요한의 심정을 이해하기 위해 집에 있는 화이트 보드에 요한의 생각이 들 때마다 빼곡히 글을 썼다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 '백야행'은 일본의 유명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고수는 일본 원작과 드라마 모두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요한을 이해하려 했다. 고수는 "영화가 끝났을 때 요한에게 살인자의 모습보다 사랑하는 남자의 모습이 남길 원했어요"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고수가 가장 고민했던 것은 요한이 어둠 속에 살지만 빛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이 강했다는 점이었다. 고수는 이를 "요한은 결국 미호(손예진)의 그림자로 살아가는 것만으로 충분했기에 욕망을 표현하지 않아도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미호를 위해 요한이 저질렀던 온갖 악행은 과거로 비롯된 죄책감 보다는 '사랑' 때문 이었다는 것. 고수는 이제 데뷔 11년차다. '중견 배우' 반열에 올랐지만 스스로 '배우'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연기자' 혹은 '연기하는 사람'이라고 정정해 대답했다. 'TV에 나오면 좋겠다'는 막연한 동경으로 시작한 '배우'의 길이 아직도 먼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석규ㆍ손예진 등 쟁쟁한 배우가 등장하는 복잡한 이야기의 영화 속에서 대사 몇 마디 없이도 오롯이 빛을 발하는 그를 볼 때 그는 이미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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