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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살림 벌써부터 걱정" 하소연

■ 연말 앞둔 산업단지 가봤더니…<br>매출부진에 금리까지 올라 자금사정 악화일로<br>일부업체는 호황 대조…中企내 양극화 심화



“경기지표는 나아졌는지 모르겠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겨울이다. 경기가 좋아진다고 하는 사람들은 현장에 와서 한 번만 보고 가라고 해라.” 코끝을 아리게 하는 차가운 겨울 날씨와 싸늘한 바닷바람이 뒤섞인 12월 하순 인천 남동공단 A블록에 입주해 있는 금형업체 H사 K사장의 볼멘소리다. 올 연말에도 그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내수침체 및 고유가 등의 부담으로 경영상황이 악화되면서 올 한해도 결국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금리까지 인상돼 금융부담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특히나 젊은 인력이 중소기업을 외면해 고질적인 인력난으로 시달리고 있는데 내년에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아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수도권 및 지방의 대부분 공단이 비슷하다. 특히 며칠 사이 폭설이 내린 호남 지역 광주 하남공단 등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생산현장에 있는 중소기업은 요즘 같은 때 ‘경기지표가 회복된다’는 얘기를 들으면 “무슨 엉뚱한 소리냐”는 반응이다. 올들어 지난 10월까지의 중소기업 생산증가율이 7년 만에 첫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내년 경기에 대해서도 상당수 중소업체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소위 ‘잘 나가는’ 업체들에 이런 분위기는 전혀 관심 밖일 만큼 중소기업 내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시화공단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H사 K사장은 “일부 경쟁업체는 경영악화로 힘든 상황이지만 우리는 납품처가 올해 신차 출시가 많아 지난해보다 전체적으로 일감이 늘어 그나마 사정은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외에서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는 전자업종이 몰려 있는 시화공단의 생산실적은 9월 말 현재 전년동기 대비 40% 가량 늘어나 반월공단 등과 대조를 보였다. ◇중소업체 체감경기 여전히 ‘냉랭’=경기 안산 반월공단 내 화학제품 생산업체 B사의 J사장은 “요즘은 경영자모임에 나가면 알고 지내던 사장들이 나오지 않은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경영상황 악화에 따른 부담으로 사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인천 남동공단의 절삭공구 제조업체 G사의 B사장도 “유가 등 원자재 값은 끝없이 올라가는데 하반기 들어 주문량이 30% 가까이 줄어들면서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몇몇 라인의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내수침체와 원자재 값 급등으로 힘든 한해를 보냈기 때문에 연말임에도 보너스는커녕 월급 주기도 벅찬 상황”이라며 “직원들의 노고를 제대로 보상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연말을 앞두고 막바지 수출물량 조달과 내수시장 출하에 바빠야 할 공단이 여전히 체감경기에서만큼은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는 것이다. 내수시장 침체에다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겹치면서 공단마다 생산을 줄이거나 아예 문을 닫는 중소업체가 늘고 있다. ◇납품단가, 자금 등 경영환경 ‘최악’=시화공단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A사의 D사장은 최근 근심걱정이 많아졌다. 현대자동차와 납품단가 협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올해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이 내년도 납품단가 인하 압력으로 내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D사장은 “원자재 값은 50% 이상 오르는데 납품단가는 동결되거나 10% 이상은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내년 살림이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연구원의 송장준 박사는 “고유가와 내수침체에 따른 대기업의 경영악화를 중소기업이 떠안는 경우가 많다”며 “일방적인 납품관계는 결국 중소기업의 경영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기제품을 생산하는 T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국산의 시장잠식으로 재고가 갈수록 쌓이면서 자금회전이 원활하지 않아 거래은행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담보평가에서 경영상황 악화가 악재로 작용해 대출이 더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회사 G사장은 “중소기업은 경영상황이 악화되면 금융지원이 가장 절실한데 금융권은 너무 단호하다”며 “정말이지 이런 상황에서는 사업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강화하겠다는 대외용 발표와는 달리 은행들이 정작 현장에서는 매출감소와 연체율 증가 등을 이유로 대출을 꺼리고 있어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는 중소기업의 생산력까지도 떨어뜨리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수출공단 1번지 서울디지털단지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서울디지털 3단지에 있는 휴대폰부품 생산업체 S사는 환율이 급락하면서 지난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던 수출비중이 현재까지 10% 이하로 급격히 떨어졌다. 내수침체에 수출판로까지 잃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 회사 A사장은 “수출물량 등은 다소 늘었지만 환율하락 등 경영환경은 크게 변한 것이 없이 실제로 공단 내 입주한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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