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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넘치는 지구촌의 유동성

박희철 <외환은행 경제연구팀팀장>

우리나라의 부동자금은 42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자금은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고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부동자금이라 하면 문자 그대로 떠다니는 자금으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사회 잉여자금 형태로 남아 있다. 돈이란 것은 언제나 몸집 불리기만 노리고 있는 ‘동물’로서 적당한 자리를 못 찾으면 이렇게 망망대해 유령선처럼 헤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낮은 채권수익률(저금리 기조)은 대개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너무 많이 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단기금리가 오름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은 유례없이 확장 지향적이다. 미ㆍ일ㆍ유럽의 평균 단기금리는 지난 70년대 이후 가장 긴 기간에 걸쳐 명목 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통화팽창정책은 달러화에 연계된 나라들의 외환 보유고를 늘리고 국내 유동성을 늘려놓았다. 중국ㆍ한국 등이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결과적으로 지난 30년 중에서 이처럼 빠른 속도로 국제 유동성이 불어난 적이 없었다. 생각을 해보라. 세계에 돈을 홍수처럼 쏟아 부으면 이 돈들이 어딘가 가야 하겠고, 만만한 것이 미국 채권이니 수요가 많은 채권 값이 안 오를 리 있겠는가. 결과는 기형적으로 낮은 금리의 연속인 것이다. 그런데 경제학 통설에 따르면 이렇게 돈이 많이 풀렸으면 당연히 인플레가 자극돼 지구촌 물가가 급등할 텐데 어찌 된 일인지 이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이면 통화증가에 따라 물가가 오르고 당연히 채권수익률이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중국의 값싼 노동력이 물가 수준을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 물가는 오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인도ㆍ베트남 등이 속속 가세, 세계의 물가 수준을 언제나 그 자리에 묶어두기 때문에 유동성이 넘쳐도 물가는 오르지 않는 상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경제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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