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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인 디트로이트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감성적이고 다혈질적인 한국의 국민성이 자동 디자인 분야에서 이상적인 기질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WSJ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ㆍ포드ㆍ크라이슬러 등 빅3가 만든 자동차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자동차를 한국에서 나고 자란 디자이너가 제작했다는 것. GM이 최근 발표한 ‘시보레 카마로’는 이상엽(38) 디자인 매너저의 작품이다. 시보레 카마로의 원형은 고출력 자동차의 아이콘으로 여겨진다. 이 차가 처음 판매장에 진열됐을 당시인 지난 1970년대에 이씨는 한창 낙서에 재미를 붙였을 서울의 한 유치원생이었다. 지난 1월 GM은 고급 사양의 중형 크로스오버인 ‘캐딜락 프로보크’를 선보였다. 이 차의 리드 디자이너인 김훈(38) 역시 서울에서 태어났다. 플러그인(Plug-In) 방식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시보레 볼트’도 현대자동차를 거쳐 GM에 합류한 김영선ㆍ송인호 디자이너가 이끌고 있다. 포드 자동차에서는 한국 태생의 애미 김, 조안 정 디자이너가 고급 사양의 크로스오버 콘셉트카인 링컨 MKT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ㆍ닛산자동차에서도 핵심 신규 모델을 감독하는 분야에 한국인들이 활약하고 있다. 남부 캘리포니아의 닛산스튜디오에서는 조엘 백 디자이너가 가정용 미니 밴인 ‘닛산 포럼’을 디자인하고 있다. GM의 글로벌디자인 담당 사장인 데이비드 랜드는 “10년 전만 해도 디트로이트 외곽 워런의 GM의 메인 스튜디오에서는 동양인들을 거의 볼 수 없었지만 2001년 대우자동차 인수 이후 상황이 바뀌었고 지금은 이곳에서 일하는 200명 중 43명이 한국인이다”고 말했다. 임범석 캘리포니아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 교수는 한국인 디자이너들의 등장은 외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한국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한다. 그는 “외모 지향의 한국인에 대해 허영심이 강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남들에게 좋게 보이고 싶고 최신 유행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나카무라 시로 닛산자동차 글로벌디자인 대표는 “한국인들의 감성적이고 다혈질적인 기질이 자동차 디자인을 좀더 강하고 표현력 있게 한다”면서 자동차 분야에서 탁월성을 보이는 이탈리아를 언급하며 한국은 ‘아시아의 이탈리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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