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후 주택 수요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앞으로 입주물량까지 늘어나면 주택시장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분양물량은 총 5만3,588가구로 1월부터 7월까지 월별 분양물량중 가장 많았다. 이는 주택시장 성수기인 지난 4월 5만3,118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7월 공급 확대는 여름 휴가철 등의 계절적 요인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달에는 전국적으로 연중 최대 물량인 5만9,744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일부 아파트의 분양 시기가 9월 이후로 연기될 수 있음을 감안해도 8월 분양 물량으로는 최근 10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여름 비수기인 7∼8월에도 분양물량이 쏟아지는 것은 건설사들이 연내 분양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밀어내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올해 저금리와 전세난, 청약제도 개편 등의 호재로 분양시장이 호전됐지만 이런 분위기가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며 “어떻게든 연내 분양을 털어낸다는 생각으로 하반기에 예정된 사업을 최대한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올해 하반기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총 24만 가구로 집계됐다.
상반기에 분양된 19만 가구와 합하면 연간 분양물량은 총 43만 가구로 이 회사가 분양실적을 조사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다. 분양물량이 증가하자 미분양도 속출하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7월 한달 간 청약을 받은 아파트(임대 포함)는 총 87개 단지로 이 가운데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하고 청약이 미달된 단지가 3분의 1인 29개 단지에 이른다. 이중 광교신도시와 부산지역 등 투기 수요 가세로 청약 열기 뜨거운 곳은 여전히 1순위에서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지만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하거나 분양가격이 높은 곳은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실제로 지난달 분양한 구리 갈매지구 푸르지오와 고양 원흥 공공주택지구의 동일스위트는 1순위에서 미달이 발생해 2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고, 김포 풍무2차 푸르지오 1·2단지 등 일부 대형 주택형은 2순위에서도 청약이 미달됐다. 송산그린시티 휴먼빌, 용인 마북리 신원아침도시, 포천시 구읍리 아이파크 등에선 무더기 미달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분양물량 증가는 입주물량 증가로 이어져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입주 아파트가 3만가구에 불과했던 경기도는 올해 5만가구, 내년 6만가구, 2017년엔 7만8,000가구로 급증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공급물량이 급증하면서 2017년 하반기 이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입주 폭탄이 예상된다”며 “이 시기에 주택경기가 꺼지면 미입주 물량이 속출하고 주택시장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분양권 전매가 상당히 많다는 것은 분양시장에 투기·투자 수요가 많다는 의미”라며 “당장 분양은 되겠지만 입주 시점에 소화가 가능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달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하자 주택시장은 관망세로 접어들었다. 9월 이후 미국발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지면서 상승세를 타던 주택경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이 경우 분양 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가계부채 대책은 신규 분양의 중도금 대출에는 영향이 없지만 주택 거래가 감소하고 집값이 하락 조짐을 보이면 분양시장도 자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전세난이 심각해도 집값 하락이 예상되면 세입자들도 주택 구매에 소극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주택 정책 방향이 ‘시장 활성화’ 일변도에서 규제를 통한 ‘시장의 연착륙’ 쪽으로 방향을 튼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이는 곧 가계 대출 안정과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일정 부문의 규제를 가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 거치식 상환 방식에 익숙하던 서민들은 원리금 분할상환으로 바뀌면 상환 부담 커 주택 구입을 꺼릴 것”이라며 “금리 인상·입주물량 증가 등의 변수를 고려해 건설사 스스로 분양물량과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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