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스위스에서 이민제한법이 통과되면서 대내외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과 스위스가 체결한 협정 중에는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민제한법은 이 대목과도 충돌합니다.
이민제한법 찬성론자들은 법안 시행까지 3년이 남았기 때문에 당장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국민들을 설득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EU에서 취한 일련의 조치는 그 반대의 결과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스위스와 진행해왔던 EU 연구사업인 '호라이즌(Horizon) 20+', 교육사업인 '에라스무스'의 협상을 당장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2월 말에는 그동안 EU국가 지위로 EU 연구·교육 사업에 참가했던 스위스에 제3국 지위를 부여해 앞으로 스위스의 연구원이나 학생들은 수십억유로의 지원금을 받는 데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됐습니다.
스위스 정부는 이런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해 EU 집행위원회, EU 주요 국가를 방문해 논란을 잠재우려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아직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당분간은 불확실한 상황이 스위스와 EU의 관계를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스위스의 외국인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앞으로 3년간 약 8만개의 일자리가 감소, 경제성장률이 약 0.3%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지금 당장 스위스에 있는 외국인과 진출 기업들도 큰일입니다. 이미 일부 외국 기업은 이민제한법 통과에 따라 일자리나 투자 규모를 축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또 많은 기업이 이민제한법 시행의 영향에 대해 문의하는 등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를 미룰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정적인 전망이 실현되기 전에 스위스와 EU에서 보다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를 기대해봅니다. /김한나 취리히 무역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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