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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폐교위기' 해남 마산초등교 용전분교 "이젠 모두 다니고 싶대요"

동네목사가 발벗고 나서 학부모 집중 설득<BR>개인 맞춤지도 입소문도 퍼져 학생수 급증<BR>교육 지자재 턱없이 모자라 외부지원 절실

용전분교 재학생들이 13명의 신입생이 들어온 올해 입학식에서 조촐한 환영행사를 갖고 있다.

“봄철 새싹이 푸르게 대지를 수놓을 때 물과 자양분이 반드시 필요하듯 어린 학생들의 재능을 꽃피우기 위해 선생님과 학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집중돼야 합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이 같은 일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전남 해남군 마산면에 위치한 마산초등학교 용전분교의 한은정(46ㆍ여) 분교장이 자랑스럽게 한 말이다. 이처럼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학교를 자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다른 농촌지역 학교와 마찬가지로 용전분교도 농촌인구 감소로 오랜 기간 동안 학생 수 감소를 겪었던 대표적인 학교다. 특히 지난 2003년 2월 말에는 재학생이 단 한명도 없어 폐교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 그러나 이제는 해남군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교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로 탈바꿈한 것이다. 학생 수 0명에서 35명까지 급성장해 정상적인 농촌 학교로 자리잡기까지는 학교 인근 교회에서 10년째 목회 생활을 하고 있는 박승규(40ㆍ신기교회) 목사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박 목사는 단 한명의 재학생도 없던 2003년 용전분교에 자신의 자녀를 신입생으로 입학시키고 입학을 앞둔 자녀를 둔 인근 주민들에게 설득을 시작했다. 그는 “농촌지역의 학교는 단순히 배움의 터라는 의미를 넘어서 지역사회 공동체의 구심점으로서의 역할도 크다”며 “폐교로 이런 역할이 상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입생과 해남군 소재지 학교에 자녀를 전학시킨 학부모에 대한 설득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노력이 빛을 발휘해 2003년 4명의 신입생으로 시작한 용전분교는 올해는 4개 학년 35명의 재학생과 4명의 선생님을 가진 학교로 거듭났다. 용전분교 학부모회장을 맡고 있는 정승민씨는 “설득작업만으로 학생 수가 늘어났다고 할 수 없다”며 “소규모 학교에서만 가능한 교사와 학부모간의 자유로운 의견교환과 협조, 개인차를 고려한 맞춤지도와 능력개발 등에 대한 입소문이 해남군 전체로 퍼지면서 전학생들이 크게 늘어나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학교에서는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이 한달에 한번 모임을 갖고 학교 교과과정과 교육환경 개선 등에 관한 의견을 스스럼없이 나누고 있다. 한번 모임을 할 때마다 대부분의 학부모가 참석할 만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학교에 조성된 잔디밭과 꽃나무밭ㆍ실습지 등도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이 직접 조성한 것이다. 올해 이 학교에 딸을 입학시킨 임선규씨는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이 어우러져 학교를 꾸며나가는 모습을 보고 입학을 시켰다”며 “과밀학급에서 오는 다양한 형태의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고 아이의 인성교육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용전분교에 최근 커다란 고민이 생겼다. 학생 수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교육기자재와 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분교장은 “97년부터 폐교 논의가 일면서 이 학교에 대한 예산투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가장 기본적인 음용수 정수나 방송설비마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 등 제반여건이 열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승민 학부모회장은 “농촌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교사의 열정과 학부모의 협조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컴퓨터 등 교육기자재에 대한 외부의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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