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업계가 '가습기 살균제' 후폭풍에 떨고 있다.
물티슈와 렌즈 세정액, 세제 등 각종 생활용품에 함유된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가 직접 인체 위해성을 조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12일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과 환경부 등에 따르면 환경과학원은 현재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불리는 유해 화학물질 4종(PHMG, PGH, CMIT, MIT) 등이 인체에 끼치는 위해성에 대해 오는 3월부터 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11월 말까지 진행되는 이 조사는 생활용품에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피부에 어느 정도 자극을 주는 지, 생식이나 유전 독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살핀다.
또 생활용품에 들어있는 유해 화학성분의 양을 조사하고 일반 가정에서 연간 실제로 사용하는 양과 빈도 등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조사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의 위해성이 확인될 경우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판매금지 처분을 내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실태조사에 들어간 이유는 정계와 학계에서 꾸준히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말 시중에 판매되는 물티슈(23종)·탈취제(5종)·세제(21종)·핸드워시(4종)·콘텍트렌즈 세정액(4종)·유아용 살균제(1종) 등의 생활용품에 광범위하게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함유돼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조경현 영남대 교수도 서울경제신문 기고 및 국정감사 등에서 '가습기 살균제가 속한 구아다닌 성분은 혈액의 면역력을 담당하는 대식세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본지 2013년 1월 16일자 참조
더욱이 지난해말 물티슈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들어있다는 이 의원 측 보도자료를 일부 언론이 보도하면서 연간 2,600억원 규모(2012년 기준)의 물티슈 시장부터 파장이 미치고 있다. LG생활건강, 유한킴벌리, 보령메디앙스, 깨끗한나라(구 대한펄프) 등 주요 업체들은 즉각 "자사 물티슈에는 문제가 된 성분을 전혀 넣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일부 육아 카페 등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들어있는 제품 리스트'가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11월 정부의 공식적인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소비자들의 불안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업체'가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조사 결과가 나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의 사용이 금지될 경우 생활용품 업계로서는 생산설비에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해 자연스럽게 업계의 구조조정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생활용품업체 관계자는 "이미 주요 기업들은 화장품 기준법이나 유럽·미국 기준에 맞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반면 일부 영세업체들은 대응이 어려울 수 있어 조사 결과가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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