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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익악기 부도의 교훈(사설)
입력1996-10-26 00:00:00
수정
1996.10.26 00:00:00
세계적인 피아노 제조업체인 삼익악기가 부도를 냈다. 재벌기업도 아닌 중견기업으로서 삼익악기는 고유브랜드로 일본의 야마하, 독일의 이바하와 함께 세계 3대 피아노 메이커로 인정을 받아왔다. 삼익악기의 부도는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것이다.삼익악기의 부도는 악기 수요예측에 따른 변신의 실패와 방만한 경영,무리한 기업확장에다 창업주 사후 형제간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여겨진다. 여기에 부도가 나던날까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니 그 여파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삼익악기는 세계시장 여건의 변화에 맞추어 중국 인도네시아 등지에 현지공장을 차리는 등 시장개척을 꾀하기도 했으나 30대기업 진입을 위해 무리하게 기업확장을 시도한 것이 결정적인 화근이 됐다.
올들어 잇따르고 있는 기업도산은 거의가 변화하는 기업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데서 기인했다. 세계적인 브랜드를 자랑하던 중견기업까지 부도가 난 것은 대형건설 회사들의 부도와는 달리 변화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계시장의 냉엄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삼익악기는 값싸고 질좋은 공장형 피아노로 세계시장을 파고들었다. 그 무렵 미국의 뉴욕타임스지는 이례적으로 사설을 통해 삼익악기가 미국 시장에서 덤핑을 한다는 미국 악기업체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며 삼익피아노를 옹호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악기업계도 내수 및 수출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수출은 그동안 소폭이나마 지속적으로 늘었지만 올들어서는 줄어드는 추세다. 내수부문도 주 수요계층인 학생들이 입학이나 졸업선물로 피아노 대신 컴퓨터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악기시장은 문화수준과 비례하는 특성이 있다. 선진국시장을 상대 해야 하는 점에서 특별한 애로가 있다. 브랜드와 고가의 고품질 제품으로 승부해야 하는 것이다. 삼익악기의 부도는 그같은 악기시장의 특수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결과다. 삼익악기의 실패는 모든 기업들에 교훈이 돼야 한다. 한가지라도 세계일류를 만든다는 자세로 끊임없이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에 노력해야 한다. 재벌 놀음에 한눈을 팔다가는 게도 구럭도 다 놓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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