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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제작소(중기 홀로서기)
입력1996-12-19 00:00:00
수정
1996.12.19 00:00:00
정상범 기자
◎자금난 깊은 수렁 신뢰바탕 극복/올초 부도어음 1억 떠안고 회사 “휘청”/은행대출이자까지 연체 대위변제 위기/거래처 등 전폭지원 매출 배증 “분홍빛 꿈”자동화설비 전문업체인 중앙제작소 손규태 사장(39)은 지난달 베트남을 방문했다가 올해초 부도를 내고 잠적했던 거래업체의 김모 사장을 우연히 만났다. 그 사람은 손사장에게 1억원이라는 거액의 부도어음을 떠안겨주는 피해를 입힌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는데 알고보니 베트남으로 피신했던 것이다.
그 사장은 회사가 부도난 이후 채권단의 손길을 피해 베트남으로 건너가 한 중소업체의 임원으로 몸담고 있었다. 그 사장이 본의 아니게 가족과 떨어져 멀리 타역에서 쓸쓸히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본 손사장은 차마 그에게 빚독촉을 매몰차게 할 수 없었다. 기실 손사장이 그로 인해 한때 회사를 포기해야 할만큼 절박한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말이다.
지난해부터 몇차례 거래처 사고를 당했던 중앙제작소는 올해초 그 업체로부터 납품대금으로 받은 1억원의 어음이 한꺼번에 휴지조각으로 바뀌면서 더이상 버틸 힘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종업원들의 월급이 몇달씩 밀리기 시작했고 은행쪽에도 원금은 물론 대출이자까지 연체되면서 사고기업으로 내몰려 대위변제까지 들어올 판국이었다.
손사장이 8년간 애지중지하며 키워온 보금자리가 한순간에 사라질지도 모를 위기의 순간이었다.
손사장은 한때 기업을 정리할 마음까지 먹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런 동요없이 묵묵히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종업원들을 볼때면 자신의 약한 마음을 고쳐잡을 수 밖에 없었다.
회사가 어려운데도 꾸준히 납품물량을 대주고 있는 거래처도 손사장의 힘을 북돋워 주웠다.
손사장은 당시의 납품대금 현황을 면밀히 살펴 보았다. 손사장은 평소 물품 구입때는 현금으로, 납품대금은 대부분 장기어음으로 받고 있어 자금사정이 여유가 있을리 없었다. 그 당시 제작완료된 설비대금은 6천6백만원이었고 8천2백만원규모의 작업이 진행중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일시적인 자금 부족만 극복하면 정상화도 가능할 것 같았다.
더욱이 손사장은 PCB도금라인의 경우 가전 및 컴퓨터부문의 경기 호조로 당분간 사업전망이 밝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평소 돈독한 관계를 맺고있던 거래처에 일시적인 자금 부족상황을 얘기하고 조기 결제를 부탁하는 등 설득작업에 나섰다. 결국 손사장의 성실한 자세를 높이 샀던 3개 업체로부터 일부 결제대금을 미리 받아낼 수 있었다.
신용보증기금 구로지점(지점장 이동균)도 손사장을 여러차례 방문하여 동업자정신으로 도와주었고 은행 대부계를 찾아가 중앙제작소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대위변제 신청 보류를 요청했다. 이렇게 해서 끌어모은 돈으로 마침내 지난 5월말 사고금액을 완전히 털어버리고 정상조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손사장은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88년 회사의 도움을 받아 지금의 고척동에서 PCB기판, 디스켓 등 주로 첨단제품의 도금에 사용되는 자동기계를 생산하는 업체를 차렸다.
중앙제작소는 그동안 꼼꼼한 일처리와 철저한 AS 등으로 많은 고정거래처를 확보해놓고 있으며 삼성전기·대우통신 등 대기업과도 거래관계를 텄다.
손사장은 요즘 내년도 꿈에 한창 부풀어 있다. 이미 내년도 물량을 어느정도 확보해 놓은 상태에서 올해보다 매출액을 2배정도 늘릴 작정이다.
비록 불황국면이지만 전자분야는 성장세를 타고 있어 품질만 뒷받침된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꾸준한 기술개발, 거래처와의 원만한 인간관계, 납기 준수야말로 바로 손사장이 내세울수 있는 강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년 2월에는 경기도 시화공단의 자가공장으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도약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정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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