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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물 좋은 곳 찾는다면 예천으로 떠나라

■ 물의 고장 예천

드라마‘황진이’ 촬영으로 유명한 병암정.

브랜드 한우로 개발한‘예천참우’

경북 예천(醴泉)은 꽤나 ‘시골스러운’ 곳이다. 전국이 개발 열풍에 휩싸여 좀처럼 농촌의 정취가 살아있는 고장이 드문 요즘, 예천에 가보면 인간과 자본의 손을 타지 않은 생생한 자연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인구 5만 명의 예천은 전형적인 농업도시다. 내세울 만 한 공장도 없고 농업 외엔 이렇다 할 산업도 없다. 젊은이들은 해마다 도시로 떠난다. 그러나 환경과 자연의 가치가 점점 더 소중하게 다가오는 현대 사회에서 농업을 기반으로 한 예천의 자연은 새롭게 각광 받고 있다. 예천이라는 고장 이름에는 희한하게도 ‘단술 예(醴)’자가 들어간다. 예부터 이 고장에서 나는 물이 좋기 때문에 유래한 지명이다. 신라 때는 ‘수주(水州)’라고 불리기도 했다. 지금도 예천에는 물맛이 달다고 해서 ‘감천(甘泉)’이라고 부르는 지역이 있고, 물에서 향기가 난다는 뜻을 담은 ‘향천(香泉)온천’도 있다. 이런 이름들로 미뤄볼 때 예천의 아름다운 자연은 좋은 물을 기반으로 한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진한 농촌의 정취를 풍기는 예천은 그만큼 유교문화가 많이 남아있고 그에 대한 자부심도 강한 편이다. 명심보감 효행편에 등장하는 유명한 효자 도시복이 예천에 살았으며, 임진왜란 때 이순신의 무고함을 적극 주장해 백의종군의 기회를 주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명유(名儒) 정탁 대감의 고향이 예천이라는 점은 지역민들의 큰 자랑거리다. 예천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회룡포(回龍浦ㆍ명승 16호)다. 굽이쳐 흐르는 사행천(蛇行川) 사이에 있는 동그란 육지. 강과 산이 굽이치는 모습이 마치 용이 승천하는 몸짓과 같다고 해서 ‘회룡’이라는 말이 붙었다. ‘포’자가 붙은 이유는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부산에서 출발해 낙동강을 거슬러 오던 소금배의 영남 내륙 쪽 종점이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회룡포는 인근 회룡대에 올라가면 한 눈에 볼 수 있는데 육지가 굽이쳐 흐르는 강물에 둘러 쌓인 모습이 아름답다. 말 짓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회룡포를 일컬어 ‘육지의 섬’, ‘섬이 되고픈 육지’ 따위의 말을 붙여놓았다. 이 아름다운 회룡포에는 현재 경주 김씨 9가구가 살면서 넓은 논을 경작하고 있다. 회룡포와 육지를 잇는 ‘뽕뽕다리’도 명물이다. 비가 많이 오면 물에 잠기는 이 간이 나무 다리는 몇 년 전 구멍이 뽕뽕 뚫린 철판으로 상판을 교체했는데 그 이후 ‘뽕뽕다리’로 불리게 됐다. 드라마 ‘가을동화’에 등장하기도 했다. 자기 땅을 가진 소나무 ‘석송령(石松靈)’도 유명하다. 1912년 일제 강점기 처음 토지 등기 제도가 시작됐을 때, 석평리 사람들은 마을 공동 소유의 땅 약 6,600㎡을 누구 이름으로 등기할지 고민하다 큰 소나무에게 등기하기로 결정한 게 나무가 땅을 갖게 된 계기. 물론 토지 소유에 대한 세금도 꼬박꼬박 낸다. 박용성 예천군 문화관광 해설사는 “지난해 석송령은 종합토지세 9,800원을 냈다”면서 “땅을 갖고 세금도 내는 소나무는 전세계에서 예천에 있는 두 그루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예천 금남리에 있는 ‘황목근(黃木根)’이라는 나무도 석송령과 비슷한 크기의 땅을 소유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이 나무에 대해 ‘성은 황이요, 이름은 목근’이라며 사람 대접을 해주고 있다. 석송령은 땅 주인인 만큼 인심도 넉넉하다. 무려 800㎡에 달하는 시원한 그늘을 마을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대신 마을 잔치 때는 사람들에게 술을 얻어 마신다. 매년 막걸리 10말 이상을 마실 정도로 술을 좋아한다고 한다. 예천은 활의 고장이기도 하다. 신라시대 최북방 변경이던 이곳은 워낙 전란이 많아 자연스럽게 활 문화가 발달했다고 전해진다. 현재도 국궁의 명장이 이곳에 살고 있으며, 이곳이 고향인 양궁 선수도 여럿 있다. 올림픽 5관왕의 기록을 세웠던 김진호 현 한체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예천에서 찾아가 볼만 한 관광지나 문화 유적으로는 퇴계 이황의 종손 이열도가 내성천 변에 지은 선몽대, 천년 고찰 용문사, 드라마 ‘황진이’를 촬영했던 병암정, 5,000송이 연꽃이 핀 산택연꽃공원, 200년 넘은 소나무 800그루가 있는 금당실마을 송림 등이 있다. 모두 자연과 문화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먹거리로는 브랜드 한우로 개발한 ‘예천참우’, 순대, 청포묵 정식 등이 유명하다. 예천은 이달 11일부터 22일까지 곤충바이오엑스포를 연다. 곤충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한 행사로 이를 위해 예천의 자랑이기도 한 산업곤충연구소 내 곤충체험관과 생태공원을 정성껏 꾸며 놓았다. 생태공원 옆 모시골 계곡은 지역민들도 잘 모르던 계곡인데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예천은 서울서 자동차로 2시간 30분 거리. 휴가철 유명 피서지에서 인파에 떠밀리기 싫다면 예천의 자연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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