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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저성장 늪 빠져… "2~3년내 무역적자"섬뜩한 경고도

■ 위기의 수출

對中 4개월·對美는 두달째 마이너스

수출증가율 1970년대 이후 최저수준

내수부진 몸살까지 겹쳐 총체적 난국


부진한 내수로 몸살을 앓던 한국 경제에 수출이 원투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렸다. 수입에 이어 수출마저 두자릿수의 감소폭을 기록하며 50개월 연속 무역흑자라는 불황형 흑자의 그림자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2~3년 내 무역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도 나온다.

가뜩이나 잠재성장률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 지금처럼 수출이 부진을 이어간다면 향후 성장 전망이 밝을 수 없다. 수출의 한국 경제에 대한 기여율은 지난 2008년 71.43%에서 2011년 200%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여 2012년 95.65%, 2013년 75.86%, 2014년 33.33%를 기록했다. 올해 1·4분기에는 -25%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0.8% 성장했는데 수출이 0.2%포인트를 갉아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외경제 환경이 만만치 않다"며 "원·엔 환율이 현재와 같은 추세로 하락하고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선다면 내년 말에는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우리 경제에 큰 충격파가 몰려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수출이 6년 만에 두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한 것은 경기순환에 따른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0년간 수출을 경제 성장의 핵심동력으로 삼아왔지만 가공무역 중심의 산업구조가 바뀌지 않는 등 환경변화에 미처 대응하지 못하다가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엔저 공습 등 외풍에 휘청대고 있다는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2000~2008년 11.9%에서 2011~2014년 1%로 급락했다. 글로벌 외환위기 이후 무려 10%포인트가 급락한 것이다. 특히 최근 3년간은 명목(통관) 및 실질(국민계정) 기준 모두 1970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올 1·4분기 상품수출은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 세계 교역량이 줄고 있지만 수출 비중이 큰 우리의 경우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수출 둔화는 국내외 경제구조 변화를 반영한 구조적 요인이 크다는 분석이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실질수출 둔화의 3분의1만이 세계 교역 둔화나 환율 변동 등 단기 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성장 둔화, 수출 주력산업의 경쟁력 점검 등 구조적 요인으로 수출 감소 추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수출의 앞날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은 최대 교역국으로 주요3개국(G3)인 중국과 미국·일본으로 수출이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마저 올해 1·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수출은 선진국과 신흥국 가릴 것 없이 전 세계 주요 지역에서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특히 전체 수출에서 25%를 차지하는 대중 수출은 2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다. 두 번째로 큰 수출시장인 미국은 2개월, 세 번째 시장인 유럽은 5개월째 마이너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 세계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데다 저유가 기조로 제품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1·4분기 주요국의 수출은 미국 -5.1%, 독일 -13.4%, 일본 -6.0%, 네덜란드 -17.7%, 프랑스 -15.5%, 이탈리아 -15.4%, 영국 -15.9% 등으로 대폭 감소했다. 한국은 같은 기간 2.9% 줄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주력 제품의 경쟁력 하락도 만만치 않은 원인이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의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지난해보다 26.6% 늘었지만 최대 시장 중국에서는 7.8% 줄었다.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빠르게 우리 제품을 대체하고 있어서다.

미국에서도 애플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스마트폰 수출은 지난달 23% 감소했다. 중국과 미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더라도 주력 제품의 수출은 그만큼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엔화 약세로 일본 시장에 수출하는 소재·부품 수출도 줄어들고 있다. 원화가치가 엔화 대비 평가절상되면서 상대적으로 제품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대일 주요 수출품목인 정밀기계(-18.2%)와 일반기계(-10.0%)는 모두 두자릿수 감소폭을 기록했다.

수출 물량과 단가가 2개월째 동반 하락하고 있는 것도 걱정이다. 4월과 5월은 수출 물량과 수출 단가가 모두 감소했다. 신승관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유가가 다시 오르고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 수출은 어느 정도 나아질 수 있다"며 "그러나 주력 제품과 주력 업종의 경쟁력이 위협 받고 있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계속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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