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세계경제 위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가. 또 세계경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세계적인 석학 자크 아탈리는 과도한 국가채무에서 현 세계경제 위기가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초대 총재를 지냈던 아탈리는 “전쟁 시기를 제외하고 전 세계 강대국의 공공 부채가 이처럼 많은 적이 없었다”며 “공공부채에 우리의 운명이 달렸다”고 분석한다. 책의 원제는 ‘10년 후에 다 망할까?’로, 현 위기를 단순히 한 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세계적인 것임을 인식하고 현재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우리의 10년 후는 달라질 수 있음을 인식하라는 의미다. 아탈리는 역사적 사례를 바탕으로 국가채무와 국가간 역학관계, 국가채무가 세계 경제사회를지배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공공 부채는 초기 군주의 개인적인 빚에서 시작됐다. 공공 부채는 군주 개인의 부채를 가리키는 말이었고 군주가 죽으면 빚도 함께 없어졌다. 유럽에서 공공 부채와 군주 개인의 부채가 구분되기 시작한 것은 12세기부터였다. 20세기에 민주주의가 자리잡으면서 국민이 국가의 주인으로서 공공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책임을 떠안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교통, 교육, 의료, 에너지 등 국가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공공 지출이 수입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는데 있다. 정부는 필요한 공공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각종 금융 상품을 만들어냈고 개인들은 더 많은 빚을 지게 됐다. 또 부동산, 금융 자산의 가치 상승으로 형성된 버블이 붕괴하면서 국가도 더 많은 빚을 지게 되는 악순환을 겪게 됐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국가 파산이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공공부채를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공공 부채는 없애야 하는 필요악이 아니며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일 등에 투자할 경우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탈리는 그러나 무엇보다 공공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진정한 해법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며 “결국 과거에도 그랬듯이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하고 진정한 방법은 부의 성장”이라고 강조한다. 아탈리에 따르면 국가부채의 과도한 축적으로 유로와 달러의 추락, 전세계 경기침체와 아시아의 몰락이 진행중이다. 이 과정이 중국에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선진국조차 아직까지 국가채무를 측정 분석하고 증명할 수 있는 개념이나 이론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정기적으로 모여 세계 부채에 대한 자료들을 독립적으로 처리하는 초국가적 중앙은행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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