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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회생 되레 막는다" 판단

"옥석 안가리고 퇴출 투자자에 더 피해"…본안소송서도 확정땐 제도손질

"부실기업 회생 되레 막는다" 판단 "옥석 안가리고 퇴출 투자자에 더 피해"…본안소송서도 확정땐 제도손질 회사 갱생을 위해 화의를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 주식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거래소ㆍ코스닥시장의 즉시퇴출 제도가 도마위에 올랐다. 만약 이번 가처분신청 인용결정에 이어 본안소송에서도 법원이 지누스의 손을 들어줄 경우 지난해부터 시행돼온 즉시퇴출제도는 대폭 손질이 불가피하게 된다. 아울러 지누스처럼 화의 또는 법정관리 신청 때문에 퇴출된 기업과 주주들이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 증권업협회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이를 놓고 한차례 홍역이 예상된다. ◇법원, 즉시퇴출 부당 입장=서울남부지법의 결정은 한마디로 즉시퇴출제도가 부실기업 회생을 저해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화의신청을 했는데 이를 이유로 즉시 퇴출시키면 기업회생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어 해당기업과 주주의 이익이 침해된다는 해석이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단지 화의개시신청을 했다는 이유 만으로 상장폐지되면 직접금융시장에서는 물론 간접금융시장에서도 기업갱생을 위한 자금조달이 거의 불가능해져 회사정리절차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실질적으로 형해(훼손)화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또 "실제로 회사정리절차를 통해 파산위험을 극복하고 경영정상화에 성공한 사례가 존재한다"고 밝혀 화의신청만 했다고 옥석 구분 없이 퇴출시키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더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원은 화의결정 여부을 따져 갱생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있고 나서 주권상장폐지, 즉 퇴출 여부를 확정해도 늦지 않다고 봤다. 즉시퇴출을 하지 않더라도 주식시장의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파산의 위험이 전가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본안소송 초미의 관심사=이번 가처분 신청은 말 그대로 상장폐지절차를 중지하는 효력 밖에 없다. 따라서 지누스가 즉시퇴출 처분을 되돌리려면 본안소송에서 이겨야 한다. 이와관련, 지누스는 지난달 4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주권상장폐지결정 무효확인 소송을 신청한 바 있다. 법원의 판결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이번 가처분 결정취지대로라면 지누스의 승소 가능성이 커 보인다. 왜냐하면 지누스는 지난 4월19일 화의개시 결정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즉, 지누스를 즉시 퇴출시킨 거래소와 달리 법원은 화의신청을 받아들여 지누스의 회생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번 가처분결정에서 알 수 있듯 법원은 화의 또는 법정관리를 통해 기업이 정상화되는 회사정리절차에 대해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법원이 이 제도를 운영하는 주체라는 점도 중요하다. 이와는 달리 거래소ㆍ코스닥시장은 즉시퇴출 제도를 만들어 오히려 기업갱생을 저해하고 있다는 법원의 시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실제로 법원은 결정문에서 "시장 투명성을 위해 부실기업을 솎아내는 것은 좋지만 회생기회마저 빼앗는다면 기업과 기존 주주의 직접적인 이익을 희생시켜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히고 있다. ◇거액 손해배상 우려도=만약 지누스가 본안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즉시퇴출제도를 만들어 운영한 책임이 있는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 증권업협회 등은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 주식 투자자들이 즉시퇴출 제도 때문에 기업갱생의 기회는 물론 주권매매거래정지 등으로 재산상 손실을 입었다며 앞다퉈 소송을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해배상 승소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시각도 있다. 주식관련 소송을 맡아온 이관희 변호사는 "만약 위법판결이 나온다해도 즉시퇴출제도에 대해 소급해서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 간다"고 말했다. 이규진 기자 sky@sed.co.kr 입력시간 : 2004-06-0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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