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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자본 유출과 서든스톱


1992년 미국의 헤지펀드인 퀀텀펀드는 영국중앙은행과 대결을 벌였다. 당시 파운드화가 고평가된 상황을 이용해 영국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을 공격한 대규모 투자가 헤지펀드의 승리로 끝나면서 조지 소로스는 열흘 사이에 1조원 정도를 챙겼다. 이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고 미국 언론들이 미국의 헤지펀드가 영국 중앙은행을 굴복시킨 미담(?)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면서 펀드매니저였던 소로스는 세계적 유명인사로 부상했다. 더구나 당시 퀀텀펀드에는 영국왕실의 돈도 들어와 있었다. 영국왕실 자금이 영국중앙은행을 굴복시키는 데에 쓰인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셈인데 영국 언론은 이에 대한 보도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돈만 된다면 외국 중앙은행과의 대결도 불사하는 초국적 자본의 속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투기적 공격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해외자본이 유입될 때 국내 주가도 오르고 경기도 좋아지는 등 도움이 되는 면도 많다. 하지만 핫머니 스타일의 포트폴리오 투자자금은 들어오기도 쉽지만 나가기도 쉽게 나간다. 자본 세계화 시대에 약간의 이윤기회라도 챙기기 위해 자본은 상당 부분 빠르게 움직이고 이렇다 보니 광속으로 움직이는 자본이 들어올 때는 좋지만 나갈 때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급격하게 유출될 때 발생한다. 급격하게 나갈 경우 그 부작용과 충격은 엄청나다. 한나라 경제의 운명이 바뀌는 것이다.

특히 해당 국가가 기축통화를 발행할 수 없는 비기축통화국이고 외환보유액이 부족한데다 경상수지까지 적자인 경우 상황은 최악이 된다. '경제상황악화→자본유입중단→자본급격유출→외화부족심화→외환위기'로 이어지는 연쇄반응이 일어나면서 해당국은 위기상황으로 진입한다. 물론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 등 후속조치가 뒤따르지만 해당 국가는 고통을 겪으며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처럼 '해외자본의 갑작스런 유입 중단과 급격한 유출'을 의미하는 '서든 스톱(sudden stop)'현상은 국가 경제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인도나 인도네시아 남아공 등의 신흥국에서 일시적인 서든 스톱 현상이 발생하면서 모두들 긴장의 눈으로 이들 국가를 주시한 적이 있다. 다행히 외환보유액이 받쳐주면서 큰 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들 국가들이 만성적 경상수지적자를 겪고 있어서 언제 어느 때 다시 상황이 악화될지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풍부한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흑자기조, 낮은 단기외채비중 등의 긍정적 요인 덕분에 어려움을 당하지 않고 해외자본이 오히려 유입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해외자본의 유입과 유출 속도를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 특히 거시안정성 정책에 대해 보다 신경을 써서 최악의 상황을 피해갈 수 있도록 미리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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