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실의 젊은 학구파들은 어느새 모두 백의 입장이 되었다. 동포인 박문요가 고심하는 것을 안쓰러워하는 분위기. 백의 입장에서 승부수를 띄워 보는 방법은 과연 없을까. "이 방면에 뭔가가 숨어 있을 것도 같은데…."(윤현석) 윤현석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은 좌변이었다. 김성룡9단이 검토실에 들어왔다가 참고도1의 백1,3을 놓아보인다. 수를 내는 요령의 수순. 그러나 흑4 이하 8로 곱게 받아서 아무것도 안된다. 자충이어서 A에 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백68이 놓이자 일단 중원의 발언권은 흑보다 백이 세어 보인다. 그곳에 백의 집이 10집쯤 생긴다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강동윤은 이미 오래 전에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가장 확실하고 단순한 길로만 가고 있다. 흑71이 바로 그런 수순. 백72는 여차직하면 승부패를 한번 하겠다는 수순인데…. "흑은 아마 손을 빼어 버릴 겁니다. 중앙을 선수로 지울 권리가 생겼으니까요."(윤현석) 그가 만들어 보인 가상도는 참고도2의 흑1 이하 5까지였다. 정말로 이런 진행이 된다면 우변에서 중원까지 뻗어있는 백대마는 세력이 아니고 곤마에 가까울 것이다. "이 판은 대충 이긴 것 같고…. 내일 대국이 재미있을 겁니다. 일본은 하네 나오키와 다카오 신지가 남아있는데 아마 하네가 먼저 출전할 겁니다. 3년 전에 하네가 강동윤을 원사이드로 이겨 버린 일이 있으니까요."(김성룡) "강동윤은 3년 전의 강동윤이 아니야. 지금의 기세라면 하네든 다카오든 모두 밟아 버릴 것 같아."(윤현석) "그나저나 일본이 단 1승도 건지지 못하고 있으니 딱하네요. 전패로 막을 내린다면 그것 역시 신기록이 될 겁니다."(김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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