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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 수사의 희생양

정치자금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현재까지 밝혀진 4대그룹의 불법정치 자금 수수액은 한나라당 722억원 대 노후보캠프 0원이었다. 그러나 최근 소위 “궐 밖 실세”로 불리웠던 노대통령의 최측근이 5대그룹인 특정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앞에서 언급된 722 대 0의 스코어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앞으로 얼마 동안이나 정치자금수사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최근 우리의 수출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반면에 내수시장은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청년실업인구가 50만을 육박하고 있고, 신용불량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권은 불법자금수수액 은폐하기와 총선승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쟁의 출발은 노대통령의 10분의 1 발언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722대 0의 스코어를 지키고자 하는 여권과 722대 723를 만들고자 하는 야권의 치열한 공방전은 결국 기업과 국민을 볼모로 벌이는 정치적 사투로 변질되어 버렸다. 얼마전 야당의 한 의원이 정치자금을 통하여 권력을 매수하고자 하였던 기업인들에 대하여는 강력한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 발언 속에 숨어있는 진의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를 2가지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는 기업이 정치인들에게 금전을 제공하고 이를 통하여 특혜를 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자 하였다는 점과, 둘째는 불법정치자금의 책임을 정치인으로부터 기업인에게 전가하고자 하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주장은 기업인들이 정치인들에게 거액의 돈을 주었다는 사실만을 놓고 볼 때는 나름대로의 설득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관행과 기업환경을 고려하여 볼 때에 앞의 주장은 상당한 정도의 모순을 안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경제는 산업화 과정에서 정부 주도로 경제발전정책을 편 바 있다. 당시 구멍가게 수준에 불과하였던 우리 기업들 역시 정부의 지원 없이는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불가능하였기에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주도의 산업화 정책은 고도의 경제성장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맺기는 하였으나 관치경제와 정경유착이라는 부작용도 초래하게 되었다. 현재까지도 이러한 부작용은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다. 현재 문제가 되는 불법정치자금 문제도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당시와는 달리 정부의 지원 없이도 자생적으로 세계기업들과 경쟁하여 고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였다. 현재 우리기업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의 지원이나 특혜보다는 오히려 자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기업환경을 조성하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인이나 관료들은 여전히 관치경제의 환상과 향수에 젖어 있는 듯하다. 분명한 것은 관치경제의 틀 하에서는 기업과 기업인은 피지배자일 뿐 결코 지배자일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금번 정치자금수사에 따른 책임이 기업들에게 전가돼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정치자금법 제1조에는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문을 관치경제의 틀 하에서 해석하여 본다면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이란 기업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점은 우리 기업들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되어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우리경제가 2만달러 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성장엔진이 필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기업과 기업인들을 금번 정치자금수사의 희생양으로 삼는다면 우리 스스로 성장엔진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부디 검찰의 신중하고도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기업소송연구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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