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재정적자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 대륙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공공노조의 총파업에 시달리면서 축제로 들썩거려야 할 크리스마스 연휴가 악몽으로 변하고 있다. 벨기에서는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공무원들의 총파업으로 교통 및 행정업무가 사실상 '올 스톱' 됐으며 영국과 프랑스 등지에서도 운수 노조가 파업을 벌이는 등 크리스마스가 잇단 파업으로 얼룩지고 있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벨기에 공공노조는 정부의 긴축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22일 오전 6시부터 벨기에 전역에서 24시간 총파업을 벌였다. 이날 총파업으로 벨기에 전역 버스와 트램,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이 모두 운행을 중단해 출근길 및 퇴근길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또 수도 브뤼셀을 통과하는 국제 고속열차 유로스타와 탈리스도 사실상 모두 멈춰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나려했던 사람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교통뿐만 아니라 행정 업무도 거의 마비가 됐다. 중앙ㆍ지방 행정기관 산하 공공시설 대부분이 파업으로 문을 닫았으며 일부 소방관들은 연금부 청사에 소방차를 몰고가 호스로 거품을 뿌리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병원도 필수요원만 남는 일요근무 체계로 운영돼 응급 상황이 아니면 수술이 연기됐다. 벨기에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 공공노조가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파업에 나서면서 황금 크리스마스 연휴에 재를 뿌리고 있다. 영국에서는 런던 지하철 노조가 박싱데이(영연방 국가 휴일)인 26일 24시간 총파업에 나선다고 예고해 이날 치러지기로 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날과 울버햄튼 경기가 27일로 연기됐다. 프랑스에서는 샤를드골 공항 보안 검색 노조가 지난 16일부터 7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어 여행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그리스 공공노조는 지난 해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총파업을 벌이면서 사실상 국가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유럽 공공노조가 이처럼 휴일을 겨냥해 총파업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것은 정부가 국민과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긴축재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540여일간의 무정부 상태를 종식하고 지난 5일 출범한 벨기에 연립정부는 연금 수급 시기를 현재 60세에서 62세로 높여 내년 예산을 올해 대비 110억유로 감축하는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벨기에 공공노조는 정부가 국민과 충분한 협의 없이 긴축정책을 추진한다며 불만이 극에 달한 상태다. 벨기에의 공공노조는 성명에서 "연금 장관이 합리적인 해결책을 강구하지 않은 채 긴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공공노조와 벨기에 사회복지 시스템을 경멸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벨기에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유럽연합(EU) 권고치인 3%로 낮추고 2015년까지 흑자 재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WSJ은 "공공노조 파업으로 유럽의 크리스마스가 혼란에 빠졌다"며 "앞으로 긴축정책이 본격 시행되면 정부와 공공노조간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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