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의 감시강화 활동에 급제동이 걸렸던 우선주가 다시 무더기 상승 랠리를 시작했다.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우선주가 이상 급등할 수 있는 조건들이 갖춰졌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일부 우선주들은 뚜렷한 모멘텀 없이 급상승하고 있어 투기적 투자자들의 폭탄 돌리기 식 투자에 의한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감독당국이 불공정거래 의심행위자를 찾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관련 법규에 따른 처벌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한계가 있어 사실상 최근 우선주 이상 급등락에 속수무책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금융당국이 가격제한폭 확대 후 우선주의 급등락을 미리 예측하지 못해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상한가로 마무리한 종목은 7개 종목이 모두 우선주였다. LG생명과학우(068875)는 이날 전일에 이어 가격제한폭인 30% 오른 6만7,600원에 장을 마쳤다. 한양증권과 깨끗한나라, 일양약품, 남선알미늄, 호텔신라 등의 우선주들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장중 급등하던 우선주가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큰 롤러코스터 장세가 연출되면서 투자자들의 속을 태웠다. 삼성중공업 우선주의 경우 이날 장중에 상한가인 29.69% 오른 16만6,000원까지 치솟았지만 장 중반 갑자기 급락하며 10만원까지 내려가 결국 전날 대비 10.94% 하락한 11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증권우(001515)선주도 장 초반에는 곧장 상한가로 직행했지만 장 후반 내림세를 보이면서 8.82% 오른 3,700원에 장을 마쳤다. 코오롱글로벌우(003075)선주는 단기과열에 따른 매매거래정지로 이날 아예 거래가 되지 않아 투자자들의 근심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최근 시장 상황이 우선주들에 우호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투기적 유동성에 의한 우선주 가격 왜곡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은 저금리 기조, 배당수요 증가, 상하한폭 확대 등으로 우선주가 상승하는 데 최적의 조건이 형성돼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급등한 대부분의 우선주들은 투기적 유동성에 의한 지나친 가격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주의 가격 왜곡 현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투자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변동성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불공정거래 의심행위자에 대한 계좌분석을 통해 '허수성 주문'이나 '상한가 굳히기'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견될 경우 해당 증권사를 통해 불공정행위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시감위에 따르면 우선주 급등으로 현재 일별 3~4건 이상의 경고 조치를 하고 있고 3차 경고자의 경우 해당 계좌에 대한 수탁거부를 증권사에 요청하고 있다. 시감위 관계자는 "다양한 예방조치를 통해 우선주에 대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불공정거래 행위 적발과 조치까지 시차가 있고 시장에 너무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그 적정선을 찾기가 어려운 점도 있다"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격제한폭 확대 후 우선주의 급등락을 당국이 미리 예측하지 못해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세조정 등 불건전 거래의 근거를 찾기 어렵고 예방조치로 모든 피해를 막을 수도 없는 한계는 분명히 있지만 좀 더 세밀하게 준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선주가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는데도 우선주와 보통주의 괴리율, 배당 수익률, 유동성 등 우선주 투자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투자자들 스스로 알아서 챙겨보고 판단해야 하는 현재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선주는 유통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가격도 보통주에 비해 낮은 종목들이 많아 가격제한폭이 확대될 경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며 "설사 예측하지 못해 현재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해도 투자자들이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거래소를 비롯한 당국이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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