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물경기 침체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전자업체들이 삼성과 LG 등 국내 업체에 잇단 특허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는 법적 문제인 만큼 차분히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번 소송이 불황에 따른 미국의 기업 경영환경 악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대응에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휴대폰용 메모리칩 제조업체인 스팬션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플래시메모리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델라웨어지방법원에 칩 수입금지 및 칩을 사용한 휴대폰ㆍMP3 등 관련제품 판매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플래시메모리는 휴대폰과 MP3ㆍ디지털카메라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 스팬션은 이들 플래시메모리에 사용되는 플로팅게이트 기술의 일부와 삼성전자가 지난 2006년 내놓은 CTF 기술 등 전반에 대해 특허 침해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팬션은 삼성전자 메모리를 쓰는 애플과 소니 등도 함께 제소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스트먼코닥도 이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카메라폰이 자사의 이미지 캡처 및 저장법 등에 관한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양사 부품이 내장된 휴대폰 수입을 금지해달라는 소장을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미국 업체들이 불황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국내 업체에 대한 소송으로 타개책을 찾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플로팅게이트 또는 CTF 등 기술적인 문제가 소송의 본질이 아니다”라며 “현재 스팬션의 경영상황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폭락하는 가운데 특허 소송을 회사 운영자금 마련의 계기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실제 스팬션의 주가는 1년 전 5.78달러에서 최근 36센트선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이날 특허침해 제소로 주가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코닥 또한 아날로그 필름 시대의 강자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잘나가는’ 국내 기업에 대해 여러 가지 특허침해 소송부터 제기해놓은 뒤 검증 과정에서 비슷한 게 걸리면 특허료를 챙기겠다는 전략”이라고 경계했다. 삼성전자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타인의 특허권을 존중해왔지만 사용하지 않는 특허권 공격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취해왔다”며 “스팬션과 코닥이 제기한 이번 소송에서도 상대방 주장이 근거가 없음을 입증할 것이며 고객들에게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코닥 제품에는 LG 기술을 안 쓰느냐”고 반문하면서 “서로 특허기술을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를 포함, 포괄적인 특허사용 협상을 올 초부터 진행 중이었다”며 난감해 했다. 이에 앞서 미국 정부도 LG디스플레이가 LCD 패널 가격을 담합했다는 혐의로 4억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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