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의 도시를 바꾸자] 1-4. 도시에 혼이 없다
입력2003-03-26 00:00:00
수정
2003.03.26 00:00:00
지난 1904년 대화재로 마을의 90%가 소실 된 일본 기후현 히다지방의 후루가와 마을. 화재 후 복원 된 이 마을은 지역정체성 즉 도시의 혼(魂)을 지닌 대표적인 곳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특히 화재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방재(防災) 효과가 뛰어난 벽돌이나 타일로만 지어진 건물이 없다는 게 독특하다. 그만큼 이 마을은 후루가와 마을만이 지니고 있는 자연적ㆍ역사적인 경관요소를 최대한 반영, 그 미학을 살리고 있는 것이다. 또 이 마을은 `깨우는 북의 고향`의 테마에 맞춰 각종 조형물을 만들었다. 매년 네 번에 걸쳐 치러지는 이 마을의 전통행사 `마쯔리축제`에 사용하는 `큰 북`을 마을의 상징물로 채택, 교각은 물론 각종 조형물을 북의 이미지를 형상화해 마을의 정체성을 살렸다.
이 같은 사례는 지난 해 경관계획을 통해 `용의 일생`을 테마로 한 `용인 죽전택지개발지구`단지 조성의 모티브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도시는 회색 일색으로 혼이 없는 도시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최고의 자연조건을 최악으로 = 외국인들은 한국을 처음 방문하면서 두 번 감탄한다고 한다. 한 번은 한강의 거대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것이고 또 한 번은 한강에 길게 늘어선 아파트 숲에 대한 안타까운 탄성이라고 한다.
서울 한 복판을 가르는 한강은 서울시계구간만 길이가 약 40km, 평균 강폭 1km, 수역면적 1,200만평으로 세계 최고의 조망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제아무리 최고 품질의 다이아몬드 원석도 가공을 잘 못하면 평범한 다이아몬드에 불과하듯 한강변 조망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정석 박사에 따르면 한강 인접지역의 토지는 75%가 주거 지역이고 이 곳에는 길이 15km에 이르는 170여 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고 한다. 강남ㆍ북 전체 한강길이의 20%가 아파트에 의해 조망권을 차단 당하고 있는 셈. 문제는 한강과 접하고 있는 아파트는 한강과의 어울림을 연출하기 보다는 경제적인 이익만을 집착한 단순 판상형으로만 건립, 거대한 콘크리트 벽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데 있다. 이는 자연경관과 외관의 어울림을 강조하는 싱가포르 건축물과 큰 차이를 보인다. 정석 박사는 “개발 밀도에 대한 공공의 통제 미흡, 합동개발방식에 따른 고밀화, 경관 배려의 디자인 규제 미흡으로 경관이 훼손 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서울하면 떠오르는 것이 `회색`이었다는 응답이 주를 이루고 있는 데서도 서울 경관의 현실을 보여준다.
◇천편일률, 특색이 없다 = `그곳에 가 보니, 그 곳이 그 곳이 아니더라.`외국인들이 한국의 도시특성을 규정한 말이다. 60년대 이후 개발 이데올로기의 가장 큰 폐해 중 하나는 지방과 서울 할 것 없이 도시별 특색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은 무조건 서울을 모방, `광활한 직선도로, 고층아파트단지, 보잘 것 없는 가로수`만으로 개발됐다. 인구밀도가 낮은 지방도시에서 우뚝 솟아 있는 `나홀로 아파트`는 서울 모방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 같은 양상은 농촌도 마찬가지다. 급조된 슬레이트 지붕과 주변 자연색을 고려치 않는 울긋불긋한 지붕색채 등이 농촌 경관의 현주소다.
유럽선진국은 이미 지난 17세기에 건축물의 높이, 지붕색채, 창호의 모양까지 제한을 했다는 것과 대조된다. 심지어 파리에서는 맥도날드 햄버거를 나타내는 `빨간 바탕, 노란 M`표시를 검정이나 흰색으로 제한했다는 사실은 도시미관에 대한 철저함을 알 수 있다. 때문에 파리는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는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라미환경기술연구원 김경영 원장은 “아름다운 마을은 단순히 개별 건축의 독특함이 아니라 다양하면서도 자연환경, 다른 건물 등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경관계획 실태 = 지자체들이 도시경관계, 미관계 형태의 조직을 갖고 있지만 뚜렷한 경관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서울시는 지난 99년 경관관리기본계획을 수립했지만 선진국의 초보 단계에 불과하다. 또 지난 96년 인천시는 도시개성 창조사업과 관련해 도시경관계를 신설했고 대전과 광주광역시 역시 도시경관계와 도시미관계 조직을 만들고 도시경관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초단치단체에는 형식적이나마 이 같은 조직 조차 없는 실정이다.
국토연구원 신정철 박사는 “최근 청계천 복원, 북촌한옥마을 복원 등 도시경관을 생각하는 도시개발 인식이 싹트고 있지만 아직은 극히 초보단계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