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발상지는 이탈리아 궁정이다. 태생부터가 일반 서민과는 거리가 있는 예술작품. 지금은 전 세계 수천만명의 애호가를 거느리고 있기는 하지만 웬만큼 클래식 음악과 친숙하지 않으면 친해지기 힘들다. 교양을 위해서 큰 맘먹고 오페라 하나 감상하기란 영화 한편 보는 것에 비해 왜 그렇게도 힘이 드는지. 대부분의 오페라가 알아듣기 힘든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로 돼 있다는 것도 일단 거리감을 준다. 그래서 오페라와 거리감을 좁히려면 줄거리를 알아야 한다. 덤으로 그 오페라와 관련된 시시콜콜한 뒷얘기와 성악가, 작곡가들의 일화가 곁들여지면 한결 다가가기 쉽다. 정신과 전문의였지만 지금은 클래식 칼럼니스트로 더 잘 알려진 박종호씨는 오페라 초보자들에게 ‘친절한 종호씨’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전 세계 오페라 극장에서 500여편이 넘는 오페라 공연을 봤다고 하는 그는 자신의 오페라 편력기를 ‘불멸의 오페라’로 엮었다. 저자가 내 놓은 클래식 서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의 클래식에 대한 열정은 클래식 전문 레코드 가게 ‘풍월당’과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이란 책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베르디, 도니제티, 벨리니, 푸치니 등 근대 이탈리아 오페라 작가들의 대표작 50편을 소개하고 있다. 내용은 가볍게 읽을 수 있게 꾸며졌지만 1,0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의 두께는 그리 가볍지 않다. 오페라에 대한 주변 얘기 뿐 아니라 카바티나, 카발레타의 차이점 등 오페라를 보면서 궁금해 옆 사람에게 던질 법한 질문에 대한 답변도 해 놓았다. 모차르트와 바그너 등 이탈리아 작곡가가 아닌 오페라 작품에 대한 해설서는 내년에 또 낸다고 한다. 그의 열정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