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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보고 시대] 미래의 배

인류의 역사와 깊이를 함께하는 배의 역사에서 18세기말 등장한 프로펠러선은 하나의 혁명이었다.프로펠러선은 자연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최초의 배라는 영예를 안고 지금까지 200여년간 바다를 제패해 오고 있다. 그동안 프로펠러는 형태나 날개 숫자, 날개각 등에 변화를 주면서 다양한 선박의 기능에 맞춰 발전을 계속해 왔다. 이 배는 한때 5대양을 화려하게 주름잡으며 미지의 땅을 개척하던 이른 바「대해양 시대」의 주역인 범선을 전설속으로 퇴장시키는 역할을 했다. 프로펠러선은 나무로 만든 범선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당시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빠른 배들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지나간 역사가 증명하듯 영원한 것은 없다. 배에 관한한 인간이 만든 최고의 걸작품으로 꼽히던 프로펠러선도 전설속으로 사라질 날이 그리 멀지 않을 전망이다. 프로펠러가 갖는 한계인 속도와 소음, 진동 등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의 배들이 연구되고 있다. 바다위를 나는 위그선(WIG·해면효과선)과 전자석의 힘으로 움직이는 초전도선이 프로펠러선의 한계를 극복할 대표적인 미래의 선박으로 꼽히고 있다. 이들 미래의 선박들이 실용화되면 프로펠러선이 몰고온 혁명보다 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 확실하다. ◇위그선 위그선은 「배는 물에 떠서 다니는 것」이라는 개념을 바꾸었다. 물위를 나는 배 위그선은 배와 비행기의 중간 형태로 일반적인 배처럼 물위를 떠서다니는 것이 아니라 수면위 2~3미터 높이로 날아 다닌다. 생김새도 마치 비행기와 같다. 배라는 주장이 오히려 이상하기 조차 하다. 현재 프로펠러선은 아주 빠른 쾌속선이라고 해도 50노트(시속 약 93㎞) 정도이다. 일반화물선이나 여객선의 경우는 쾌속선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하지만 위그선은 최고시속 500㎞를 낼 수 있어 자동차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며 비행기 속력(보통 시속 800㎞)과 거의 비슷하다. 이 배는 지난 65년 구(舊)소련에서 군사용으로 처음 개발했다가 91년 러시아가 군수기술 민수화 정책의 일환으로 일반에 공개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 배가 실용화되면 부산에서 일본까지 가는데 30분이면 충분하며 인천에서 제주까지도 1시간30분이면 된다.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인천 등 수도권으로 출퇴근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배는 그러나 빠른 속력에 비해 안전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앞에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비행기는 입체공간에서 방향을 바꾸면 되지만 위그선은 수면위를 낮게 날기 때문에 평면공간에서 방향을 바꾸어야 하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섬이 많은 지역이나 복잡한 해역에서 운항에는 제한을 받는다. 이같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속도로 미래선박의 대표적인 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 대우, 삼성, 한진중공업과 한국기계연구원이 공동으로 이 배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에 나서고 있다. 이들 조선 4사와 기계연구원은 러시아의 위그선 전문제작업체인 CHDB사로부터 8인승 위그선의 설계 기술을 도입해 지난해 시험선을 제작했다. 지난 97년말 산업자원부에서 공업기술개발과제로 선정된후 삼성중공업 주관으로 한국기계연구원이 본격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는 목표인 200인승 여객선 개발에 앞서 10인승 중형 위그선에 대한 수조시험을 하는 단계이다. 공업기술개발과제가 끝나면 과기처에 과제 연구 연장신청을 할 계획이다. ◇초전도선 위그선과 함께 미래의 배로 꼽히는 초전도선도 프로펠러가 없는 배다. 이 배는 초전자 전자석으로 물에 전류를 흘려 추진력을 얻는다. 초전자란 전기저항이 전혀없어 영원히 흐르는 전류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배의 추진원리는 강력한 초전도 전자석과 바닷물 속에서 만든 자장 사이에서 생기는 힘을 추진력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플레밍의 왼손법칙을 응용한 것으로 초전도체에서 발생하는 힘으로 물을 배 뒤로 밀어내면서 그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어 앞으로 나가게 된다. 이 배는 바다에서는 추진력을 얻을 수 있지만 염분이 없는 강에서는 전류전달이 약해 다닐 수 없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초전도선을 상용화하는데 가장 큰 장애는 전기저항이 없는 초전도 현상이 영하 269도라는 극저온에서만 일어난다는 것. 따라서 초전도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영하 269도라는 극저온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초전도선 연구는 영하 269도에서 나타나는 초전도 현상을 질소의 액화온도인 영하 192도에서 발생시키는 초전도체를 만드는 것으로 압축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영하 190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일으키는 박막형태의 물체를 개발했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안된다. 이 박막을 유연성을 갖춘 전선 형태로 개발해야 전류를 통해 추진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미국은 앞으로 10년안에 전선형 초전도선을 개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초전도체를 이용한 배가 초전도선으로 프로펠러가 없는 워터제트 방식이어서 진동과 소음 없이 안락하게 운항을 할 수 있다. 이는 여객선에서 활용가치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객선으로 건조할 경우 경제성 확보가 관건이다. 업계는 따라서 이 배가 만들어질 경우 우선적으로 잠수함이나 전함 등 군용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전에서 배가 소리없이 적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를 이길 수 있는 최선책이기 때문이다. 또 초전도체를 통해 전류가 거의 저항이 없이 흐르기 때문에 전류를 한번 충전하면 추가 전력공급이 필요없는 것도 강점이다. 특히 초전도선은 위그선만은 못하지만 기존의 프로펠러선의 속도의 한계를 뛰어 넘는 고속을 낼 수 있다. 프로펠러선은 프로펠러가 돌면서 주위의 물을 잘라서 뒤로 밀어내면서 그 반작용으로 배가 앞으로 나가는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프로펠러가 빨리 돌수록 속도가 빨라진다. 그러나 프로펠러가 너무 빨리 돌면 프로펠러 주위에 가진공 상태가 발생하는 이른바 캐비테이션(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프로펠러선은 50노트가 속도의 한계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초전도선은 100노트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지금 사용하고 있는 엔진은 연료손실이 50% 이상이지만 초전도선은 손실이 거의 없어 지금 엔진의 절반 용량만 돼도 충분한 마력을 낼 수 있다. 지금은 4000톤급 쇄빙선을 움직이려면 4만KW의 전력이 필요하지만 초전도선이 개발되면 2만4,700KW로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대형선들도 작은 엔진으로 초고속 운항이 가능해 수송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지난 92년 이미 시제선을 만들었지만 초전도선의 핵심기술인 초전도체의 전선화는 아직 연구가 안되고 있다. 일본선박진흥재단이 만든 야마토 1호는 8인승으로 제작돼 8노트의 속력을 기록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삼성중공업과 포항공대가 공동으로 초전도체 개발의 전단계기술인 초전도 자석을 지난 96년에 개발했으나 국책지원사업에서 제외되면서 포항공대가 단독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이 모형선은 자체 개발한 초전도 자석으로 배가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기 때문에 속력은 시속 2㎞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전도체를 전선으로 만드는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어 초전도선이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도 시간문제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채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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