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 종묘사직을 보존하시고 훗날을 기약하소서!"피난 때도 가장 먼저 챙겼던 종묘사직의 종묘는 왕가의 위패를 모신 사당, 사직은 토지신과 곡식신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사직에 제사를 지낸 기원은 삼국 시대부터다. 사직 제사는 종묘 제사와 함께 길례(吉禮) 중에서도 대사(大祀)에 속했기 때문에, 조선 시대에 가장 격이 높은 국가 제사의 하나였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왕이 직접 참여해 제사를 주관했다. 왕은 제사를 올리기 일주일 전부터 정결한 몸과 마음으로 제사를 준비했고, 제사 당일에는 최고의 예복을 입고 왕을 상징하는 의장(儀仗)을 내세워 왕세자를 비롯한 조정의 문무백관과 함께 행차했다.
한국고전번역원은 사직 대제의 절차 등을 기록한 '사직서의궤(사진)'를 처음으로 한글로 번역, 발간했다고 13일 밝혔다. 의궤란 '의식의 모범이 되는 책'이라는 말로, 의례를 예법에 맞게 행하기 위한 전례(典例)를 기록한 책을 말한다. 사직은 토지의 신인 '사(社)'와 곡식의 신인 '직(稷)'을 합하여 지칭하는 말이다. 사직은 한 지방, 나아가서 나라의 운명을 상징하는 신이었다. 조선 시대에 사직을 제사 지내던 곳으로 사직단이 있고, 이 사직단을 관장하는 관청이 사직서다.
'사직서의궤'는 사직의 제도와 의식 절차, 관련 행사 등을 그림과 함께 기록한 책으로, 사직서에서 정조의 명을 받아 1783년 편찬했다. 조선 후기 사직단과 사직서의 규모, 모습을 알 수 있는 사직서 전도와 의식에 사용된 여러 물품의 그림 등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 사직단 복원과 사직 대제 연구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료로 평가 받고 있다.
번역은 한국고전번역원의 오세옥 책임연구원과 김기빈 책임연구원이 맡았다. 두 연구원은 '사직서의궤'의 두 가지 판본과 본문에 인용된 40여 종의 자료를 대조, 교감해 완역본을 내놓았다. 3만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