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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사문화] 경영자도 '노조 알레르기' 정서 여전
입력2002-12-26 00:00:00
수정
2002.12.26 00:00:00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었지만 2달만에 강제로 노조를 없앴다. 100명도 안되는 중소기업에서 노조가 생기면 회사는 망한다. 중소기업에서 보름만 파업을 해도 회사 존립 자체가 어렵다."경기도 화성에서 직물회사를 운영하다 지난 11월 회사를 매각한 H회장은 노조라는 말에 고개를 저으며 이같이 말했다.
경기도 안산 시화공단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L사장은 "노조가 툭 하면 임금을 올려 달라고만 하지 나서서 생산성을 높이거나 회사발전에 기여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 않느냐"며 "가능하면 노조가 없는 게 낫다"고 말했다.
L사장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노조에 회사의 경영상황을 공개하고 노조도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 등 나름대로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노조가 필요한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외국인과 외국기업 경영자들은 이 같은 한국 기업의 경영자들의 태도가 노사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노조를 진정한 대화 상대로, 회사발전을 위한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영진, 노조 인정안한다
한국의 경영진이 노조가 회사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3.7%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대답했고 31.3%는 '그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응답했다.
이에 반해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은 25.1%에 그쳤다.
한국 경영진이 노사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묻자 '매우 노력하고 있다'는 응답은 3.1%에 불과했으며, '조금 노력하고 있다'는 응답이 62.5%로 가장 많았다.
'노력하지 않는 편이다'는 의견도 34.4%로 집계됐다.
노조를 진정한 협상 상대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매우 그렇다'는 대답은 6.5%로 나타난 반면 '인정하는 편이다'는 54.8%로 가장 많았고 '인정하지 않는 편이다'는 의견도 38.7%에 달했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경영자들이 노조를 동반자로 받아들이지 않고 성가신 존재로만 느끼고 있는 것이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경영자들이 노조원들에게 신뢰를 줘야 노조도 경영자를 믿고 협상테이블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는 같은 배를 탄 동지
설문조사에서 바람직한 노사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노사공동체 의식 함양'이라는 응답이 24.2%로 가장 많았다.
또 '경영자들이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와 '상호신뢰감 형성'이 각각 16.1%로 그 뒤를 이었다.
무엇보다 노사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대화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터놓아야 한다는 점이 그대로 반영됐다.
실제 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지도부가 바뀌면서 회사측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그동안 투쟁 중심의 활동을 일과했던 노조가 가능한 대화로 사측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인 노선으로 바꾸면서 회사측도 노조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안동근 현대중공업 노조 기획부장은 "노조가 회사측과 대화로 현안을 해결하는 새로운 노사관계를 만들어갈 계획"이라며 "회사측이 노조가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노조를 인정해야 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사문제를 대화와 합의의 선순환으로 해결하는 대표적인 나라인 네덜란드의 경우 노사가 충분한 협상을 통해 모든 노사갈등을 해소하고 있다.
마리크 더 팔크 네덜란드 사회경제위원회(SER) 공보담당관은 "노사협의회가 매일같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각종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노사간 신뢰를 쌓아야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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