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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심리 고꾸라지고 경기지표 제자리… '상처 깊은 경제'

■ 세월호 1년

작년 7월 재정정책으로 반짝상승 성장률

4분기 재정절벽 부닥치며 0.3%로 뒷걸음

사실상 연중 세일 백화점 마이너스 성장

'저금리 효과'에 부동산·주식시장만 온기

내수 침체 장기화로 매출 부진에 고전하는 주요 백화점들이 재고 처분을 위해 떨이 세일 행사에 속속 돌입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0일 재고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박람회 장소로 사용되는 전시장을 빌려 사상 최대 규모 떨이 행사에 나섰다. /서울경제DB


"지난 1년간 경제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대신 세월호에 대한 아픈 상처, 국가와 정부에 대한 총체적 불신만 남았습니다. 전 국민의 슬픔 속에 광고 집행을 미룰 수밖에 없었던 지난해 4월의 악몽이 다시 떠오릅니다." A기업의 마케팅·홍보 담당자는 세월호 참사 1년을 되돌아보며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우리 경제는 여전히 세월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내수경기 침체와 수출경기 부진을 세월호 사고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 극도로 위축된 소비심리는 아직도 깨어나지 않고 있고 경기는 길고 깊은 침체의 늪에서 헤매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내외 환경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가계부채는 물론 신흥국 경기 불안과 환율 전쟁의 악재가 난마처럼 얽혀 있다. 이대로는 올해 3%대 성장마저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제자리에 멈춘 경기 지표=세월호 사고 이전 한국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세월초 사고 직후 거짓말처럼 모든 것이 제자리에 멈췄다. 오히려 고꾸라지며 뒷걸음질쳤다. 참사 직후인 2·4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반 토막 난 0.5%로 주저앉았다. 전 국민이 슬픔의 도가니에 빠져 덜 먹고 덜 쓴 결과다. 관광업과 요식업 등을 비롯한 서비스업 부문이 직격탄을 맞았다. 그나마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구원투수로 등장한 지난해 7월 '41조원+α'라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규제 완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효과로 3·4분기(0.8%) 반짝 상승했던 성장률은 4·4분기 들어 재정절벽에 부닥치면서 0.3%라는 충격적인 기록을 남겼다.

유통업계의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내수 침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확인할 수 있다. 업계의 주요 성수기 중 하나인 가정의 달 실적이 가장 먼저 고꾸라졌고 여름 휴가철과 추석을 맞아 준비한 특수도 줄줄이 실종됐다. 대형마트는 연말 대목을 맞아 대규모 특가전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결국 지난해 -3.4%의 역신장을 기록했다. 새해 들어서도 생필품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소비 빙하기는 지속되고 있다.

백화점 업계도 마찬가지다. 참사 이후 사실상 연중 상시 체제로 세일행사를 열어 반전을 노렸지만 지난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연매출이 1.9% 감소했다. 백화점 업계는 고객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 최근에는 사상 초유의 '출장 바겐 세일'까지 여는 등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잔뜩 위축된 소비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 심리지수(CCSI)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인 5월 105를 기록, 소폭 상승하다 올해 3월 들어 101로 고꾸라졌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월호 사고 발생 이전 지표를 회복하고 위축된 심리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라우마 극복하고 구조개혁 매진해야=소비심리가 꺾인 탓에 세 차례 단행된 한은의 금리 인하도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기업 매출 감소→설비투자 위축→고용 감소'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의 활기가 전반적으로 떨어지면서 혈액인 돈도 돌지 않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통화유통속도를 나타내는 통화승수는 2월 현재 18.11배로 1996년 10월(16.86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자금이 넘쳐나도 돈이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진 모습이다. 물론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시장에서는 1%대 저금리와 글로벌 유동성의 힘으로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코스피는 3년8개월 만에 2,100선을 돌파했고 부동산 거래량도 2006년 이후 최대치를 이어가는 추세다. 소비와 투자지표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초저금리와 글로벌 유동성에 힘입어 오르는 주가는 자칫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민낯이 드러난 한국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의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구조개혁과 규제 혁파 등 당면한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조개혁에 실패해 디플레이션 터널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에 적합한 경제제도의 틀을 새롭게 수립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며 "새로운 연금체계 구축과 신성장동력 산업 발굴, 공공 부문 개혁, 서비스업 혁신은 경제 활성화와 구조개혁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경제 심리 회복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며 "단기 부양책에 급급하기보다는 장기적인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동시에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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