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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불붙은 야권발 정계개편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의 윤곽이 드러났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새 정치를 표방하는 추진위원회는 지난 8일 내년 6·4 지방선거에서 호남과 수도권의 광역단체장 후보로 거론되는 4인의 공동위원장을 선임하고 사실상 출범식에 해당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안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콘크리트가 단단한 기둥이 되려면 시멘트뿐 아니라 모래와 자갈도 함께 해야 한다"며 "복잡한 사회 문제를 풀려면 여러 이념·가치들이 공조하고 융합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치적 지향을 '중도'에 두고 있음을 밝혔다. 또 지난해 안철수 캠프의 인물과 전직 장관·의원들로 구성된 추진위의 구성이 새 정치에 걸맞지 않다는 점을 의식한 듯 "삼고초려라도 하겠다"며 추가 인선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당의 기본인 정치 지향, 기본적 구조, 확장 가능성까지 밝혔기 때문에 이를 안철수 신당이라고 불러도 무방해 보인다.

같은 날 민주당의 비례 대표인 장하나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사퇴하고 보궐선거를 하라'는 e메일 성명을 발표했다. 장 의원은 "현재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총동원된 총체적 부정선거임이 명백하다"면서 "'부정선거 대선결과 불복'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현역 의원이 선거 불복을 선언하고 대통령의 사퇴를 주장한 것은 처음이다. 자신이 대선 후보였으며 대선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던 문재인 의원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민주당에서조차 금기가 돼 있는 대선 불복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장 의원은 또 "부정선거, 불공정선거로 치러진 대선에 불복하는 것이 민주주의 실현이며, 다가오는 6월4일 지방선거와 같이 대통령 보궐선거를 치르게 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도 지적했다. 민주당은 당혹해하면서 장 의원 개인 의견이라고 서둘러 '선 긋기'에 나섰다. 어쨌든 민주주의의 기본인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것은 명분을 얻기 힘들다는 것이 당내 대부분의 생각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며 공세를 강화하며 장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고 징계절차에 착수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휴일인 이날 야권에서 동시에 발생한 뉴스는 전혀 다른 주제였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앞으로 최대의 정치 변곡점이 될 내년 6·4 지방선거로 결론이 모인다는 것이다. 안철수 신당은 수도권과 호남에서 정면 승부를 예고했으며 장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대통령 보궐선거를 같이 실시해 현 정권을 심판하자고 주장했다.



정당정치에서 대안세력인 야권이 선거에서 집권세력과 권력을 두고 쟁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본 게임도 하기 전에 야권의 정통성을 두고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은 일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 정부에서 장관을 지내고 호남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전직 장관을 최근 만났다. 그는 호남에서 안철수 의원에 대한 지지가 급속히 식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안 의원의 지지가 급감하는 이유를 정체와 지향의 모호성을 들었다. 안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새 정치에 대해 그를 지지했던 호남인들이 실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기본적인 논거였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 동석했던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안철수 현상의 근원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결국 현실 정치의 구태에 대한 염증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표면적인 그의 지지 하락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고 전망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안철수 현상은 안 의원 개인이 아니라 정통 야당인 민주당의 그것과는 동전의 앞뒷면이고 '역반사 거울'이다.

민주당의 어둠이 깊어질수록 안철수 신당은 반사적으로 밝아지는 측면이 있는 것을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 목격했다. 실제 민주당의 정당지지율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고 장외투쟁까지 했음에도 태어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에 못 미치며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

최근 만난 민주당 지도부의 한 사람은 민주당의 문제를 지난 대선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과 성찰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기반성과 이에 따른 입장정리가 없었기 때문에 주요 고비마다 방향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내년 6·4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정치지형이 급변한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치된 전망이다. 또 이 같은 정계 개편은 새누리당보다 민주당이든 안철수 신당이든 야권에서 촉발될 것이다. 승자가 누가 되든지 간에 이미 그 변화는 시작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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