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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결혼ㆍ장례때나 가는 곳”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6일로 즉위 25주년을 맞았다.교황은 건강 문제 등 숱한 우려 속에서도 전세계 가톨릭계의 수장으로서 종교의 영역을 넘어 국제 정치와 사회 분야에 방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한편으론 교세 감소라는 깊은 고민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뉴욕타임스는 교황 재위 25년 동안 가톨릭, 개신교, 그리스정교 등 기독교의 본고장인 유럽이 급속도로 세속화하면서 그 무게 중심이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로 옮겨감과 동시에 여전히 종교적인 미국과 유럽의 거리가 더욱 멀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도 대표적인 가톨릭 국가로 분류되는 프랑스에서는 현재 국민 20명당 1명만이 정기적으로 주일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자신의 종교를 성공회라고 말하는 영국인은 2,500만 명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매주 교회를 찾는 인구는 120만 명뿐이다. 이 같은 경향은 비단 서유럽뿐 아니라 최근 동유럽으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세속화는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쳐 유럽 대다수 국가가 이미 교회에서 죄악시하는 동성애자의 결혼을 합법화했고, 유럽연합은 새 헌법에 기독교적 유산은 물론, 신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유럽인들이 기독교를 생활 속의 문화로 여길 뿐 더 이상 믿고 따라야 할 종교적 가치로 여기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교회는 이제 장례식이나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들르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소득과 교육수준 향상, 도시화 등도 이 같은 양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 중 하나인 디오니지 테타만지 주교는 “교회를 찾은 어린이들이 성호를 어떻게 긋는지도 모른다. 초등학생들 가운데는 예수가 누군지 모르는 아이들도 많다”고 개탄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 같은 유럽의 세속화가 여전히 종교가 정치와 사회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과의 간극을 더욱 벌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사람들은 3명중 1명 꼴로 매주 교회를 찾는다. 미국인들은 선하고 악한 것, 옳고 그른 것 등을 가르는 데 익숙한 반면 유럽인들은 이런 가치 판단을 “무모하다”고 여긴다. 이러한 종교적 차이는 최근 수년 새 이라크와 이스라엘_팔레스타인 문제의 해법을 놓고 미국과 유럽이 벌이는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3월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양측의 불협화음은 단순히 분쟁 해법에 대한 견해차가 아니라 세속주의 유럽과 근본주의 미국의 종교적 차이에서 기인한 바 크다”고 분석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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