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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대통령 한번 하지, 두번 하나

최형욱 뉴욕특파원 choihuk@sed.co.kr


'요포(YOPO·You're only president once)'

최근 미국 공화당 등 보수진영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조롱하며 만들어낸 신조어다. 오바마 대통령이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한 번뿐인 인생 하고 싶은 대로 하자)'라는 식으로 의회와의 타협을 거부하고 미국 사회를 위험한 길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한 번 하지 두 번 하느냐'며 가슴속에 묻어뒀던 '오바마만의 가치'를 미국 사회에 남기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참패 후 오히려 차기 선거를 의식할 필요가 없어지자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이민개혁, 최저임금 인상, 중국과의 기후변화 협상 등을 숨 가쁘게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 대응을 놓고 의견 차이를 보이던 척 헤이글 국방장관을 사실상 경질하며 외교·안보 노선을 가다듬었다. 일각의 '레임덕' 전망을 완전히 비웃는 행보다.

테드 크루즈(공화당, 텍사스) 상원의원 등이 "중간선거 패배의 화풀이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하지만 마이동풍이다. 그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도 "흥미로운 일이 기다리는 임기 4쿼터를 맞아 에너지가 솟구친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담대한 희망'이라는 지난 2008년 대선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갔는지 아니면 괜한 오기를 부리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남은 임기 2년을 농구경기 시간에 비유하며 공화당과의 일전불사를 공개선언한 셈이다.

美는 정책 韓은 인사 '마이웨이'

연달아 일격을 얻어맞은 공화당은 단단히 뿔이 났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14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발동한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무효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울러 공화당은 15~16일 상하원 합동 정책 워크숍을 갖는 등 전열을 정비하며 오바마 대통령과의 일전에 대비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한국의 정치 상황과 비슷하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임기 3년 차를 맞아 야당과의 갈등 증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을 한 번 더 할 것도 아닌데 역사적 평가나 개인적 신념이 더 중요한 가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차이점도 눈에 띈다. 워싱턴 정가의 갈등이 미국의 미래나 정책 방향을 두고 벌어진다면 한국은 주로 인적 쇄신 요구로 시끄럽다. 청와대가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과 공직기강 해이 논란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사이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 내수 확충 등 국가적 과제 해결은 물 건너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광폭 행보에 전통적 지지자들이 결집하고 있다는 점도 다르다. 경제 회복, 쿠바와의 국교 수교 등에 힘입어 오바마 지지율은 20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오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한 정치 지형이 형성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지는 권력'인 오바마 대통령과 이전투구를 벌여봐야 상처만 남는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 역시 인사 잡음으로 여당 지지자들의 이탈을 불러오고 있는 박 대통령과 대비된다. 아울러 오바마 대통령은 13일 공화당 등 의회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사이버 안보, 무역 확대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대화의 끈도 놓지 않으려 힘쓰고 있다.

사실 똑같은 집권 후반기를 맞았지만 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보다 더 다급한 기색으로 보인다. 국민대통합, 성장, 복지, 남북관계 개선 등 대선후보 때 약속했던 공약 가운데 제대로 된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비판이 고조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만 42차례 강조하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고 위기감을 나타났다.

박 대통령 인적 쇄신으로 신뢰 회복을

하지만 박 대통령에게 자신만의 정치적 유산을 남기겠다는 의욕에 앞서 더 필요한 것은 국정 운영방식의 변화다.

박 대통령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난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국민적 눈높이에 맞지 않을 경우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집권 초기 2년간 충분히 증명됐다. 우리 경제의 미래나 국가 개조를 위한 사회적 논의의 장이라도 마련되려면 박 대통령의 인사 쇄신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인사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남은 3년마저 허송세월할 경우 한국 경제에도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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