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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가 소재 쉼없는 도전… 대기업을 넘다

■ 중기 르네상스 설계하는 케이씨<br>국내 유일 수산화 알루미늄 생산… 뼈 깎는 구조조정 통해 안정적 공급<br>매출 2000억대 알짜배기 회사로<br>LCD 원료 알루미나 개발 성공… 삼성전자도 놀라운 기술력 인정<br>포스코와 손잡고 신소재 출사표

전남 영암 대불공단에 있는 케이씨(KC) 공장 전경. 케이씨는 여기서 세제^비누^바닥재 등의 소재로 쓰이는 수산화알루미늄을 연 27만톤 생산, 국내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사진제공=케이씨


전남 영암 대불공단 내 위치한 케이씨(KC)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우측 야적장에 황토색 광물인 보크사이트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케이씨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수산화알루미늄(水酸化─, aluminium hydroxide)의 원료다.

밀가루처럼 고운 백색 분말인 수산화알루미늄은 세제ㆍ비누ㆍ세라믹ㆍ바닥재ㆍ연마제 등의 소재로 쓰인다. 전기ㆍ건축분야 등 산업재 및 일반 소비재 분야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12만평 부지를 조망할 수 있는 중앙센터건물 꼭대기에 오르자 여러 개의 굵은 관으로 구불구불 이어진 대형설비 가운데 전기 소성로가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한편엔 수산화알루미늄이 가득 쌓인 적재창고도 보였다.

조현준 생산팀장은 "보크사이트에 가성소다를 첨가해 전기로를 통해 가열하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순환공정을 거치면 보름 정도 만에 수산화알루미늄을 추출할 수 있다"며 "공장을 24시간 365일 풀가동해 연산 27만톤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점생산이어서 주문량은 넘치지만 생산량은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국내에서의 독보적인 케이씨 위상은 사실 과거 아픔을 딛고 선 결과다. 박주봉 케이씨 회장은 지난 2001년 만성적자였던 공기업인 한국종합화학공업을 인수했다. 종업원 수는 지금보다 두배나 많은 500여명, 매출은 200억원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수개월간 대립했던 노조와의 극심한 갈등을 풀어내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수산화알루미늄의 안정적인 공급을 이뤄냈다.

그것도 잠시. 일본 업체들의 덤핑 공세 등 대대적인 견제로 말미암아 케이씨는 재고과다 누적, 조업단축 등으로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박 회장은 덤핑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낸 끝에 케이씨는 8개월만에 극적으로 회생할 수 있었다. 이후 성장가도를 달리며 매출 2,000억원대의 알짜배기 회사로 거듭났다. 최근엔 국내 최초로 울트라파인및 AOH(보헤마이트) 소재 개발에도 성공해 세계에서 품질ㆍ가격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박 회장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위험을 무릅쓰고 수산화알루미늄보다 고부가가치 소재인 알루미나(alumina) 개발에 뛰어들었다. 원료인 수산화알루미늄을 고온의 소성을 통해 추출하는 알루미나는 LCD, 반도체 기판, PDP, 전자패널 등 주요 부품의 원료로 쓰인다.

박 회장은 2010년 대한광업진흥공사와 손잡고 한국알루미나(KA) 공장을 케이씨 바로 옆 부지에 세웠고 결국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에 성공, 본격적인 양산에 나서고 있다. 그는 "일본, 독일 등 소재 강국만이 보유한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크다"며 "최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문이 밀리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케이씨의 특수 알루미나 개발은 삼성에서도 반신반의 했을 정도로 놀라운 기술력으로평가받는다. 기술 개발을 막 완료할 당시 박 회장은 납품을 위해 삼성측과 접촉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LCD 부품에 들어가는 특수 알루미나는 국내엔 없는 기술이어서 전량 수입하고 있는데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냉소였다. 하지만 직접 케이씨의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수개월간의 테스트를 거친 뒤 삼성전자는 "납품해달라"며 태도를 180도 바꿨다. 더욱이 이례적으로 납품 6개월만에 케이씨를 우수 협력사로까지 선정하는 '정성'을 보였다. 박 회장은 "현재 삼성전자 1개 생산 라인에만 공급되고 있지만 곧 상당수 라인 전체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케이씨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월 포스코와 손잡고 알루미나보다 훨씬 고부가치 소재인 초고순도 알루미나(순도 99.995%이상)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엠텍과 케이씨가 51대 49의 지분투자로 합작사인 포스하이알을 설립했고, 곧 대불공단 케이씨 인근 부지에 공장 건립이 진행될 예정이다. 초기 투자비는 500억원이다.이경석 포스하이알 부사장은 "다음달 공장을 착공해 연말에 완공한 뒤 내년초 본격적인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1단계로 연간 2,000톤 생산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메탈 알루미늄을 재료로 정제하는 초고순도 알루미나는 LED, 자동차 전지 등 차세대 산업분야의 핵심 소재다. 지식경제부의 10대 핵심소재 사업인 사파이어 단결정 원천 재료이기도 하다. 그동안 높은 기술장벽으로 일본 스미모토, 미국 사솔, 독일 바이코프스키 등 3대 업체가 독점해왔고, 국내에선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이같은 중요성을 감안해 삼성측에서 적극적인 지분투자 의사를 밝혀와 5% 내외에서 투자하는 선에서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케이씨는 내다보고 있다. 국내 굴지의 기업인 삼성과 포스코가 앞다퉈 손내밀 정도로 케이씨의 기술력이 대단하다는 방증이다.

초고순도 알루미나 세계시장 규모는 2013년 3,000억원에서 LED조명 시장의 신장에 힘입어향후 10년 이내 2조4,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부사장은 "내년엔 700억원 이상, 2단계 사업까지 완성되면 연간 2,0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며 "해외시장에도 진출함으로써 세계 3위 업체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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