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가격 낮추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좋은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품질조달'에 조달청의 최우선 핵심가치를 두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조달물품에 대한 검사·검수를 강화하려 하며 정부 출연기관과 민간기업이 검사업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김상규(사진) 조달청장은 최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가장 먼저 '품질조달'이 올해 추진할 핵심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달청의 고객인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이 과거 싼 가격에 제품을 조달하기를 원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고품질의 제품과 서비스 조달을 원하고 있다"며 "이에 맞춰 주어진 예산을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집행하는 것이 조달청의 위상을 높이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김 청장은 올해 4대 조달방향을 △품질조달 △미래조달 △ 글로벌 조달 △사회적 조달 등으로 정했는데 이 중 품질조달을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로 설정했다고 강조했다. 국내 공공조달 시장은 연 115조원 규모며 이 중 조달청이 관장하는 조달규모는 36조원에 이른다.
김 청장은 최근 발생한 미검사 소방복 납품 사례에서 보듯 조달물품의 품질관리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조달청이 단가계약만 맺고 이후 검사·검수과정은 업체와 검사업체가 추진하다 보니 확인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량물품이 납품됐다는 설명이다.
김 청장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조달청이 지정한 전문 검사기관에 검사·검수과정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전문 검사기관 다양화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지 계약만 맺어주는 것이 아니라 품질관리까지 관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검사·검수 과정에 대해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는 만큼 정부 출연기관과 민간기관 등이 검사업무에 참여하도록 해 미검사 소방복이 납품되는 것과 같은 사례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격경쟁을 지양하고 기술과 품질 강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입찰 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앞으로 불량제품이 납품되는 것을 막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청장이 품질조달과 함께 애착을 보이는 것은 조달청 전자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의 해외 수출이다. 나라장터는 관세청 전자통관 시스템, 특허청 특허정보 시스템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전자정부 수출상품 중 하나다. 이달 초 카자흐스탄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도 나라장터 시스템을 수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김 청장은 현지방문에 대해 "러시아·카자흐스탄·벨라루스·아르메니아 등 4개국을 회원국으로 하는 유라시아경제위원회(EEC)와 공공조달 제도 개선 및 전자조달 도입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오는 9월께 맺기로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나라장터 수출국가가 확대될 수 있는 또 하나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나라장터 시스템을 도입, 활용하는 국가는 베트남·코스타리카·몽골·튀니지·카메룬 등 5개국. 연내 요르단과 르완다에 수출할 예정이어서 연말이면 7개국이 대한민국 전자조달 시스템을 활용하게 된다. 곧 에티오피아와도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김 청장은 "코스타리카에 수출된 나라장터는 지난 2012년 미주개발기구로부터 전자정부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중남미 행정 한류의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며 "2017년까지 나라장터 도입국을 10개국 이상으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세계 30개국 이상이 우리나라의 전자조달 시스템을 운영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글로벌 조달을 올해 역점사업 중 하나로 선정한 것은 국내 중소기업들의 해외 조달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국내 조달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며 경쟁이 치열해져 중소기업들의 판로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해외 조달시장에 진출해 성장기반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 청장의 판단이다. 조달청이 이를 지원해 판로개척을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수제품 제도, 다수공급자계약 제도 등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조달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외 조달시장에 도전해야 합니다. 더구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늘어나면서 경쟁 가능한 해외 조달시장도 늘어나 우리 중소기업에는 기회의 시장이 되고 있습니다."
김 청장은 "FTA 체결국가 확대로 경쟁 가능한 해외 조달시장 규모가 6조2,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조달청이 우수 조달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에 앞장서고 있는 만큼 기업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미 해외 조달시장 진출 유망 중소기업(G-PASS기업)에 대한 벤더 등록, 전시회 참가, 시장개척단 파견 등의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고 올해는 국내 기업과 해외 바이어를 연결해주는 글로벌 장터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국내 중소기업들의 해외 조달시장 진출이 한결 용이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청장은 "지난해 우수 조달기업이 해외시장에서 올린 수출실적이 2억2,000만달러에 달했는데 올해는 이를 3억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올해 해외 전시회 참가지원을 3회로 확대하고 민관 합동 시장개척단 파견도 4회로 늘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춘 우수 중소기업뿐 아니라 신기술 등 기술력은 있지만 지원이 필요한 중소기업이 공공조달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런 판단이 미래조달을 4대 조달방향 중 하나로 선정한 이유다.
"지금까지 우수한 기술을 보유했으나 각종 인증이나 실적 부족으로 정부 조달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는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단적인 예로 시험기준이 없어 시장 출시가 힘들었던 산업융합 적합성 인증제품도 그동안 조달시장에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김 청장은 이런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기술융합 신제품의 판로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우수조달제품 제도를 운영할 방침이다. 양방향 무선통신 기능 및 조명 기능을 내장한 안전모 등 산업융합 적합성 인증제품의 우수조달물품 신청자격을 확대하고 화재감시 시스템 등 정보통신 기술이 결합된 '사회안전 시스템'을 우수조달물품으로 적극 발굴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취임 이후 창업 초기 기업의 자본력이 부족해 일반신용등급이 낮더라도 기술력이 뛰어난 경우 창업 초기 기업의 인정범위를 확대하고 나라장터 내 전용몰 구축 등을 통해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될 수 있는 길을 대폭 넓혔다.
김 청장은 국내 건설시장 하도급 업체로 화제를 돌리자 현 상황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건설시장 하도급 업체는 늘 '을'이고 대기업 건설사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항상 하도급 업체 근로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특히 조달청이 전체 사업물량의 80% 이상을 중소기업과 계약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대금지급과 관련한 하도급 근로자들의 피해는 반드시 개선돼야 할 사항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 청장은 "2013년 12월 하도급 계약에서 대금지불까지 하도급 전 과정을 인터넷상에서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정부계약 하도급관리 시스템인 '하도급지킴이'를 구축하고 있는데 이달 현재 684개 기관이 등록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321개 기관이 이용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하도급지킴이 이용률이 계약건수의 0.5%, 계약금액의 21.3%로 저조해 의원입법을 통해 이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와 역사문화탐방 서비스를 상품화해 공급에 성공한 것도 조달청장 취임 이후 느끼는 보람 중 하나다. 조달업무를 다양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보여줬을 뿐 아니라 지방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조달청은 군산시와 역사문화탐방 상품을 개발해 판매에 나선 데 이어 서천군·공주시와도 조만간 '금강하구 생태학습' 여행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조달업무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김 청장은 원스트라이크아웃제와 고발요청권을 꼽았다. 공공기관 계약에서 비리가 발생할 경우 조달청에 2년간 조달위탁을 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가 시행된 후 7개 기관에서 원스트라이크아웃제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업무위탁을 한 사례는 한 건도 없고 지난해 1월 담합행위에 대한 고발요청권이 조달청에도 확대 부여됐지만 지금까지 고발 요청한 실적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김 청장은 기획재정부 및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이를 개선해 담합과 불공정행위를 근절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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