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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지배구조도 변해야
입력1998-10-11 15:41:00
수정
2002.10.21 23:08:46
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각 기업이 어떤 사업을 유지시키고 어떤 사업을 퇴출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하고 있으나 정작 중요한, 최고경영자(CEO)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검토는 빠뜨리고 있다. 기업을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이냐는 거의 전적으로 최고경영자에게 달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에 대한 얘기만 활발할 뿐 사령탑에 대한 논의가 안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기업이 생존·발전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지금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만 성사시킨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 후로 기업을 어떻게 경영해 나갈 것이냐가 구조조정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과제다.
지금과 같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어찌 보면 기존의 경영자들이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닥치는대로 여러 사업에 진입한 결과 떠안게 된 문어발 사업구조, 직접금융보다는 차입에 의존하다 망쳐놓은 취약한 재무구조 등 기존 경영진이 책임져야 할 사항이 많음에도 이들에 대한 추궁은 빠져있고 부실사업의 정리와 인원감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차제에 소유주경영체제로 굳어져 있는 한국기업들의 지배구조를 과감히 전문경영인체제로 바꿀 것을 검토해야 한다. 소유주경영으로는 합리적인 기업경영이 안된다는 것을 이미 경험한 이상 개혁적인 차원에서라도 기업의 지배구조를 쇄신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흥망성쇄는 그 기업의 것만이 아니다.기업이 잘 되면 국부가 늘고 국민경제도 풍요로워 진다. 반면 기업이 부실해지면 나라 신인도가 취약해지고 국민경제도 부실해진다. 기업 부실의 뒤치닥거리를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떠맡아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고 눈으로 보고있는 일이다.
그같은 뼈아픈 고통을 되풀이 하지않기 위해서도 자격미달의 최고경영인들은 전문경영인으로 대체시켜야 한다. 마침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소수주주운동이 이 방향으로도 관심을 가져 전문경영인체제의 정착을 촉진시키기를 기대한다. 소수주주를 무시한 불법적 행동방지,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한 운동과 함께 기업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경영인이 대표이사가 되도록하는 운동도 벌여야 할 것이다. 민간단체뿐만 아니라 정부도 사외이사제도의 강화 등을 통하여 소유주가 아니더라도 유능한 전문경영인이 나서 경영을 제대로 하고 기업의 내실을 기할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전문경영인의 영입과 함께 또한 중요한 것은 이들 전문경영인들에 대한 보상제도의 확립이다. 전문경영인들이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주주들이 내세운 대리인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대리인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이들에게 주주들의 부를 극대화시켜 주는 것이 결국 전문경영인 자기의 부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되는 보상시스템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많은 선진 기업들이 최고경영자의 보수를 약간의 기본급에 연간 달성한 당기순이익의 몇 퍼센트를 더하고, 여기에 3년이나 5년 후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주식매입선택권을 합한 것으로 책정하고 있다. 이 보상방식은 최고경영자로 하여금 당기순이익을 많이 내도록 노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장래의 주식가격이 최대한 많이 오르도록 경영의사결정을 하게 만든다. 이는 주주들이 원하는 배당 및 주식가치극대화와 일치하는 방향이다.
97년도 미국의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의 평균 연봉이 1.800만달러였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특히 GE의 웰치회장이나 디즈니의 아이즈너회장 같은 이들은 2억달러 이상의 연봉을 구가하고 있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활동하고 외국 합작기업의 내국인 사장들도 몇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전문경영인들로 하여금 기업가치극대화의 방향으로 노력하게끔 만든 보상제도 때문이다.
기업이든 국가든 어느 조직이나 그 성패는 최고경영자에게 크게 달려 있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지지부진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지배구조에 있었다. 지금은 고루한 소유경영자체제를 하루 속히 벗어나 기업가치극대화, 주주의 부 극대화를 위한 전문경영인체제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때다. 선진국이나 세계적인 기업에는 진즉 정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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