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와인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중저가 제품 위주로 판매돼온 칠레 와인이 다양한 지역의 와인이 등장하면서 시장에서 인기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으나 최근 들어 프리미엄 라인업을 갖추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11일 한국주류수입협회가 발표한 국가별 수입량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칠레 와인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8% 늘어난 556만리터로 역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1위를 수성했다. 국내 와인시장이 최대 전성기를 누렸던 2007ㆍ2008년에도 칠레 와인 수입량(1~8월 기준)이 435만리터ㆍ470만리터였던 점을 감안하면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다음으로 스페인이 500만리터로 2위를 차지했고 이탈리아ㆍ프랑스ㆍ미국 등이 각각 318만리터ㆍ310만리터ㆍ259만리터로 뒤를 이었다.
칠레 와인은 국내 와인시장의 본격적인 확장기인 2000년대 중반부터 수입량 1위 자리를 지켜왔으나 최근 프랑스ㆍ스페인ㆍ미국 등의 와인이 득세함에 따라 이미 2000년대 초반 일본 와인시장에서 칠레 와인이 추락의 길을 걸었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팽배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연간 최대 50%까지 급증한 국내 와인 매출이 2009년 당시 전년보다 26.6% 하락한 가운데 칠레 와인은 40%까지 급락해 와인시장 부진을 이끌었다. 같은 기간 스페인 와인(24.7%), 이탈리아 와인(32%)보다 하락폭이 더 컸다.
그러나 올 들어 칠레 와인은 4만~5만원대(소비자가) 중가 위주에서 8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강화되면서 부흥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칠레 와인의 대명사인 '몬테스'를 수입하는 나라셀라에 따르면 1~8월까지 중가 라인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 상승에 그쳤지만 8만원 이상인 프리미엄 와인인 알파앰, 몬테스 폴리 등의 판매량은 43.2% 늘었다.
올해 초 설날 선물 판매 때만 해도 5만~8만원 세트가 가장 높은 비중(40%)을 차지했지만 이번 추석의 경우 가장 많이 팔린 와인 선물은 8만~12만원 세트(45%)로 옮겨갔다.
신성호 나라셀라 이사는 "먹거리의 경우 불황일수록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을 고집하는 안정적인 경향이 강해 가장 대중성이 높은 칠레 와인이 불황에 강한 와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몬테스의 경우 지난해 5월 국내 수입 와인 최초로 누적 판매량 500만병을 돌파했으며 내년 1월께 600만병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라셀라는 오는 11월 중 최고가 칠레 와인 '타이타(57만원)'를 선보이며 칠레 와인의 부흥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신 이사는 "소비자와 소믈리에를 대상으로 하는 테이스팅 및 와인디너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으며 페이스북을 활용한 온라인 마케팅 등을 통해 젊은 고객 확보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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