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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플렉스인터넷에 근무하는 변해령 씨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입사 후 여행 한 번 가기 힘든 친구들과 달리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매달 그만의 휴가를 떠나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에서 실시하는 '레저데이'를 이용, 부산ㆍ보령 등 국내 여행을 다녀온 데 이어 이번 여름에는 친구들과 방콕 여행을 계획 중이다.
# 휴넷에서 디자이너로 근무 중인 김지영 씨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1개월 유급휴가를 두차례 다녀왔다. 첫번째 휴가에선 한달 동안 유럽의 주요 미술관을 돌아보며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돌아왔다. 두번째 휴가지는 남미. 이를 통해 김 씨는 휴식과 더불어 디자이너로서의 역량 개발까지 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마음 한 켠에 고단했던 직장생활을 벗어나 달콤한 힐링을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빡빡한 근무여건과 회사사정 때문에 하던 일을 제쳐두고 휴가를 떠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한 광고카피는 남의 얘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심플렉스인터넷ㆍ휴넷ㆍ나눔테크 등 착한 휴가제도를 운영하는 중소기업들이 늘면서 변 씨처럼 남부럽지 않은 직장생활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카페24'로 유명한 심플렉스인터넷은 전 직원에게 매달 넷째주 금요일을 '레저데이'로 지정, 주 4일 근무를 제공한다. 또 휴가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0만원의 휴가비를 준다.
올해로 7년째 이같은 휴가제도를 운영 중인 이재석 심플렉스인터넷 대표는 "창의적이고 열정이 넘치는 유쾌한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레저휴가를 도입했다"며 "휴식과 재충전은 삶의 질과 업무 효율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레저휴가로 인해 회사에 대한 자긍심이 생기고 업무 능률이 더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10년 실시한 레저휴가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도 90% 이상이 '매우 만족한다'고 답변할 만큼 직원들의 반응은 뜨겁다.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휴넷은 6년 근속 직원들에게 한달간 '유급 학습휴가제도'를 운영 중이다. 일부 전문직군에서 학습ㆍ연구 등을 목적으로 학습휴가나 안식년 제도를 실시하는 경우가 있지만 중소 규모의 회사에서 1개월씩이나 유급휴가를 제공하는 경우는 거의 드문 일이다.
2004년 학습휴가제도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까지 학습휴가를 다녀온 직원은 49명. 올해는 10명의 직원이 학습휴가 대상자가 됐다. 휴넷에 오래 근무한 직원의 경우 평균 2~3회 학습휴가를 다녀왔다.
학습휴가때 별도의 계획서나 보고서 등은 제출할 필요가 없다. 학습휴가의 형태와 주제에도 제약이 없다. 덕분에 직원들은 오로지 자신을 위해 꿈같은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다.
휴넷 인사담당자는 "직원들은 1개월의 학습휴가를 목표로 회사생활에 큰 활력소를 얻게 된다"며 "회사에서는 열심히 일한 직원들에게 한달의 유급휴가라는 큰 선물을 줄 수 있어 긍정적인 면이 많은 제도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휴넷에 근무 중인 이승현 선임의 경우 학습휴가를 이용해 지난해 생애 첫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첫 여정으로 이 선임이 선택한 곳은 배낭여행의 종착지라 불리는 인도. 그는 "지금껏 앞만 보고 달리기만 했었는데, 한달간의 학습휴가로 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며 "40살이 되는 해에 떠날 다음 학습휴가를 생각하면 행복해진다"고 미소를 지었다.
자동심장제세동기를 제조하는 나눔테크는 직원들을 위해 가족 동반 해외여행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1년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 직원들에게 보답하기 위한 최무진 대표의 마음이 담겨 있다.
사업초기 8명의 직원과 함께 일할 때부터 시작한 가족 동반 여행은 직원이 35명으로 늘어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에는 가족들을 포함한 70여명이 함께 동남아 여행을 떠났다. 최 대표의 이런 노력 덕분에 직원들은 한해 동안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웃으며 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박가희 주임은 "발리, 중국, 괌 등 해마다 새로운 여행지로 떠난다는 사실이 설렌다"며 "직원이 점차 늘고 있지만 함께 고생한 직원들에게 의리를 지키기 위해 대표님이 제도를 지속하고 있다"고 방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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