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美교포들 '달러 캐리 트레이드' 열풍 환율 급등에 송금 수요 지난해보다 3배 껑충미국인들 한국계좌 개설·투자 문의도 잇따라일부 단기 투자후 환차손에 역송금 못하기도 뉴욕=권구찬 특파원 chans@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뉴욕 소재 상사주재원 출신으로 자녀 교육문제 때문에 미국에 잔류한 신모(46)씨. 여러 번의 고민 끝에 지난 주 원ㆍ달러 환율 하락에 배팅을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맡겨 둔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여윳돈을 찾아 서울에 있는 동생네 명의로 저축은행에 1년짜리 정기예금을 들었다. 신씨가 송금한 달러는 3만 달러. 원화로 환전하면 4,500만원에 이른다. 1년 전만 하더라도 3만 달러는 3,000만원에 불과했다. 신씨는 "쥐꼬리만한 미국의 정기예금 이자를 받아봐야 세금 떼고 물가 오르면 제로"라며 "지인들이 한국 투자가 가장 좋다는 말에 쌈짓돈까지 몽땅 끌어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1년 뒤 환율이 1,200원까지만 내려가면 좋겠다"며 환차익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만약 신씨의 기대 대로 환율이 1년 뒤 1,200원이라면 신씨의 투자 수익은 연간 20%에 가깝다. 이자 수익은 덤. 원ㆍ달러 환율이 치솟자(원화가치 하락) 환차익을 노린 미 교포들의 '바이코리아' 열풍이 거세다. 특히 지난달 중순 환율이 1,500원대를 재 돌파한 이후 우리ㆍ신한아메리카 등 미국 소재 한국계 은행 지점창구는 한국 송금 업무 등으로 북새통이다. 신한은행 미 현지법인인 신한아메리카 이영종 부행장은 "외환 위기를 겪은 뒤 교포들이 재테크에 학습 효과가 생겼다"며 말했다. 단순히 한국 내 친지에게 달러를 송금하는데 그치지 않고 신씨처럼 제3자 명의로 한국의 고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면서 환차익을 노리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성행하고 있다. 한국과 상거래를 하는 기업인들은 결제일에 상관없이 환율이 오를 때 마다 한국으로 송금하는게 일반화됐다. 반대로 원화로 급여를 받는 주재원들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지 않고 미 현지에서 달러 대출을 받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 달러 대출을 갚겠다는 계산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뉴욕 맨해튼 소재 우리아메리카은행 브로드웨이 지점. 20여명의 고객들이 창구 앞에 두 줄로 대기하고 있고, 창구 밖에 설치된 데스크마다 고객 상담에 응하는 직원들이 정신 없이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혜경 지점장은 "송금 수요가 지난해 보다 3배 정도 늘어나 일반 업무는 영업시간이 끝난 뒤 처리하고 있다"며 "평소 드물던 100달러 짜리 지폐가 하루에 5,000장(50만 달러)도 넘게 들어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송금은 환율 상승 폭이 클수록 늘어나기 마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지난해 10월 폭발적으로 늘었다가 올들어 1월 중 다소 줄었지만 2월 중순이후 다시 급증하는 추세다. 미국과 한국간의 금리 격차도 한국 송금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이미 제로금리에 접어든 미국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2%대 초반. 씨티뱅크와 BoA의 1년 만기 CD금리는 2.27%와 2.23%. 반면 한국의 제 1금융권인 은행은 3% 후반이며, 저축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5%에 이른다. 교포들의 달러 캐리 트레이드는 미국 은행에 맡겨둔 예금을 담보로 달러를 빌려 한국의 고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용경색으로 무담보 신용대출은 거의 막힌 데다 신용도가 높아 대출 받는다 해도 연리 9%로 고금리이기 때문이다. 반면 예금담보 대출은 연리 3%수준에 그친다. 문병식 우리아메리카은행 영업지원 부장은 "다수의 교포들이 여유 돈을 끌어 모아 한국으로 보내는데 그치지 않고 대출을 받거나 예금을 빼내는 등 적극적인 투자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300만 달러 이상의 거액 투자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교포들의 투자성 송금 규모는 대게 1만~5만 달러 수준. 100만 달러 이상의 고액 투자는 대부분 부동산 투자가 주된 목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환위기 때 한국에 투자해서 큰 돈을 벌게 한 1등 공신은 역시 부동산이었다. 환차익 베팅은 교포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지난 25일 맨해튼 브로드웨이 우리아메리카은행 지점에는 30대 후반의 백인 남성이 뜻밖에도 한국 계좌를 열었다. 그는 지점에 꼬박 4시간 동안 머물면서 송금에 따른 세금과 미국반입 문제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고 한다. 이혜경 지점장은 "어려운 금융 용어를 사용하고 오랫동안 문의한 것으로 봐서 헤지펀드 등 월가 금융전문가로 짐작된다"며 "그는 600만 달러를 송금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도 미국인이 한국계좌를 개설, 소액을 송금했다고 이 지점장은 전했다. 주재원들도 환테크에 나서긴 마찬가지다. 우리ㆍ신한 아메리카은행은 한국의 모 은행 예금을 담보로 금리 7%선에 달러대출을 해주고, 무담보 신용대출은 한국의 신용정보조회를 거쳐 9%선에서 빌려주고 있다. 그러나 외환거래는 투기성 속성이 있는 만큼 환차익을 노린 송금이 반드시 대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쯤 한국에 송금했다면 현재 환차 손을 보게 된다. 문 부장은 "한국의 3개월짜리 단기상품이 만기도래하고도 환 차손을 입어 미국으로 다시 역 송금하지 못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말했다. ▶▶▶ 인기기사 ◀◀◀ ▶ 車업계 "승용차 600여대 한번에 사줘도 싫어" ▶ "환율 급등락 악용세력 예의주시" ▶ 매월 고정수익 올리는 '은퇴자들의 로망' ▶ 금산분리 완화·출총제 폐지 합의 ▶ '한강잇기' 152개 사업 22兆 투자 ▶ '증시 큰손' 국민연금 어떤 종목 샀나 봤더니… ▶ "한국, 위기 못벗어나"… 외신들 잇단 비관론 ▶ '서남권 르네상스' 20兆 투입 ▶ 美 교포들, 너도나도 달러 빌려 한국에 투자 ▶ '승부에 강한 골퍼' 되는법 ▶ 美경기 언제 회복될까… "우려" vs "반등" ▶ WBC 지상파 생방송으로 못 보나 ▶ 서울 강남집값 다섯달만에 반등 ▶▶▶ 연예기사 ◀◀◀ ▶ "결혼까지… 좋은 사람 있어요" 브라이언 고백 ▶ 진중권 "신해철은 미워할수 없어" ▶ '꽃남' 이민호, 위기서 구혜선 구하다 ▶ 브라운아이즈, 노래도 마음씨도 '짱' ▶ 줄줄이 사고… 종합병원 된 '꽃남' 결국 결방 ▶ '과속스캔들' 美 리메이크작, '맨 인 블랙' 감독이 만든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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