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퇴행하고 있다. 집권 자민당이 최대 20조엔(2,16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을 고려하고 있지만 경제 위기로 지지율이 조만간 10%대까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정책 추진력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9일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내각부의 발표를 인용, 일본의 지난 3분기(6월~9월) 국내총생산(GDP)이 연 환산 1.8% 감소했으며 잠정치보다도 0.4%포인트 낮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1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 후퇴국면에 진입한 일본은 지난 2분기에도 0.5%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도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3분기 일본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잠정치(1.7%) 보다 더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자본지출은 6분기 연속 감소 추세다. 실제 캐논은 오이타(大分)현에 지으려던 1,000억 엔(11억 달러) 규모의 프린터 카트리지 공장 계획을 연기했다.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도요타자동차 역시 2009회계연도에 대부분의 투자를 동결하고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한 지출을 초소화해 투자를 올해보다 30~40% 감축하기로 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그래이엄 데이비스는 "일본의 대기업들이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면서 "좋은 소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단칸(短觀)지수는 34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오는 15일 일본은행(BOJ)이 발표하는 단칸지수가 마이너스 23포인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단칸지수는 지난 9월 마이너스 3을 기록했다. 지난 8일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11월 길거리 체감 경기지수 역시 21.0으로 전월보다 1.6포인트 낮아져 2개월 연속 사상 최악을 나타냈다. 미쓰비시UFJ증권의 시카노 사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 경기 둔화와 개인 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 부진으로 서민과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BOJ가 경기하강에 대한 리스크를 강하게 인식해 조만간 기준 금리를 추가로 내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도산 역시 전후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8일 데이코쿠(帝國) 데이터뱅크가 발표한 11월 기업 파산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2% 늘어난 1,010건이었고 그 가운데 상장 기업 파산은 32건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올들어 11월까지 파산한 기업도 1만1,534개로 이미 지난해 기록(1만 959건)을 넘어섰고 이로 인해 11만 명이 일자리 잃었다.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되자 일본 정부는 대규모 경기 부양을 준비중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향후 3년간 15조~20조엔(1,620억~2,16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을 고려하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