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유혹 장득수 지음, 흐름 펴냄<br>증시 상승장서 '묻지마 투자'는 환각증세<br>투기의 역사·대가들 기법서 교훈 얻어야
| 1920년대말 미국 주가가 폭락한 후 월가 전경. 구름처럼 몰려나온 군중들이 폭동을 일으킬 것을 대비해 경찰관 400명이 건물을 에워싸고 있다. |
|
| 세계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 |
|
| 뚝심있는 가치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
|
'내가 사면 주가가 내려가더라.' 일반투자자, 개미들은 언제나 이렇게 하소연한다. 주식을 안하겠다고 버틸 때면 주가가 춤추고, 어쩌다 좋은 정보를 얻었다며 어렵게 투자하면 여지없이 떨어진다. '사면 하한가, 팔면 상한가'는 과연 개미들의 숙명일까.
신간 '투자의 유혹'(흐름출판)은 '그렇다'고 말한다. 슈로더 투신운용 자산본부장으로 재임중인 저자 장득수는 증권업계 종사자로서는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개미들이 '당하는 구조'를 그려내고 있다. 군중심리에 지배되는 투자에 대한 경고로 가득하다. '죽음과 세금 외에 또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증시에서 대중과 같은 행동을 한다면 결코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이다' 대목이 대표적이다.
저자가 가장 금기시하는 것은 환각. 상승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는 단계에 이르면 위험은 최고조에 이르지만 오히려 투자자들은 불안을 느끼지 않는 일종의 환각상태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묻지마 투자'가 바로 이 단계다. 장바구니를 든 아줌마 부대는 물론 경제학 교수들조차 이 단계에서 시장을 기웃거린다.
투자자들이 환각에 빠지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저자는 '과거를 무시하면 두 눈을 잃고 만다'는 러시아 속담을 인용하며 투기의 역사를 소개한다.
시장경제 최초의 투기인 17세기 초반 네덜란드 튤립 열풍과 영국의 남해회사 버블사건에서 세계대공황을 낳았던 1920년대 미국 증권시장, 한국의 건설주 파동과 코스닥 거품까지 망라하고 있다. 투기의 역사를 소개하는 첫 순서로 한국경제의 타산지석이 될만한 일본과 홍콩의 부동산 거품을 다루는 등 치밀한 배치도 눈에 띈다.
투자 방법을 찾고 싶다면 뒷장을 정독할만 하다. 세계최고의 펀드메너저였다는 피터 린치와 신흥시장 투자로 유명한 모비우스, 정크(고위험 고수익)본드 시장을 개척한 마이클 밀켄, 소로스와 워렌 버핏 등 쟁쟁한 대가들의 인생역정과 투자기법이 나온다.
투자행태에 대한 저자의 분석도 곁들여져 있어 성향에 맞는 투자 선택에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예컨데 시황과 관계없이 개별종목에 투자하고 싶다면 '발로 뛰며' 미시적으로 기업을 발굴한 피터 린치편를 본받고, 가치투자에 관심있다면 워렌 버핏과 모비우스를 참고할 하다.
'투기의 함정인가, 투자의 유혹인가'라는 부제에 담긴 의도는 투기의 역사에서 냉정한 투자자세를 얻고 대가들의 투자에서 배우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분량이 483쪽으로 적지 않지만 '금융투기사+펀드메너저 열전'이라는 방대한 주제를 간략화하면서도 곳곳에 선물ㆍ옵션의 원리 같은 투자기법 소개까지 포함시킨 저자의 역량과 쉽고 간결한 문체가 돋보인다.
값 1만9,5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