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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2월 8일] 낙과(落果)를 바라는 은행들
입력2010-12-07 15:35:09
수정
2010.12.07 15:35:09
민병권기자 (금융부)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에 인수되면 오히려 저희 같은 경쟁은행으로선 가만히 있어도 고객을 빼앗아 올 수 있는 호재가 됩니다.”
한 시중은행의 기업영업 담당 간부가 최근 기자와 차 한잔을 나누며 건낸 말이다. 하나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기존의 하나은행과 더불어 명실상부한 빅4의 자산규모를 갖추게 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만약 외환은행이 중장기적으로 하나은행에 통합될 경우 기업고객 시장의 점유율이 높아지기 보다는 기존의 기업고객들이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 그는 이 같은 분석의 이유에 대해 “기업주 입장에선 혹시 모를 자금난에 대비해 가능하면 여러 은행에 빨대(자금 거래선)을 꽂아두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외환ㆍ하나은행과 동시에 거래해 온 기업이라면 두 은행이 합쳐질 경우 거래 은행이 하나로 줄어드는 셈이기 때문에 다른 경쟁은행을 새 거래선으로 찾게 될 것”이란 소리다. 과거 신한은행도 조흥은행과 통합되는 과정에서도 이 같은 후유증을 겪었다.
김승유 하나지주 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을 통해 일본 미즈호그룹 모델을 벤치마킹할 수있음을 밝혔다. 미즈호그룹은 3개 은행이 합병해 설립됐지만 2000년 이후 ‘1지주 2은행’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조흥은행과 신한은행 통합 당시의 후유증을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김 회장이 미즈호그룹 모델을 벤치마킹하겠다는 배경에는 ‘외환은행이 독자적인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할 경우’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즉 외환은행 임직원들이 스스로의 경쟁력 계발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는 암시인 셈이다.
그에 비하면 경쟁은행들의 반응은 너무 나태하다는 느낌이다.
혹시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한 식구가 되는 과정에서 열매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가만히 기다리겠다는 것은 아닐까. 은행권이 빅4 체제로 재편되면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그만큼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경쟁은행들이 낙과나 바라고 내수시장을 적당히 나눠먹겠다는 식의 자세를 취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된다.
은행들은 부디 이번의 금융권 재편을 자기 계발의 양분으로 삼기를 바란다.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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