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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매각 이슈와 관련해 금융 당국으로부터 법률자문을 의뢰받은 주요 법무법인(로펌)들이 대부분 이례적으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로펌들은 수조 원이 걸린 금융권 인수합병(M&A)이라는 매력적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 년간 론스타로 인해 불거진 수많은 논란에 엮이고 싶지 않은 눈치여서 금융 당국만 속앓이를 하고 있다. 2일 금융당국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이 외환은행 매각작업 자문을 맡고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이외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10여 개 대형 로펌에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여부'에 대한 법률자문을 의뢰했지만 대다수 로펌들은 자문을 거절했다. 사실 관계가 아직 제대로 확인도 되지 않은 사건을 맡았다가 결과적으로 잘못된 의견을 내는 부담을 안을 수는 없다는 게 자문을 거절한 로펌들의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을 거절한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게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놓았지만 아직 사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서 자문이 쉽지 않다"며 "굳이 '뜨거운 감자'에 손을 댈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로펌의 변호사는 "사실 관계가 정확하게 확인이 안 되는 상황에서 특정한 의견을 내놓기는 힘들다"며 "섣부르게 법률자문에 나섰다가 오히려 로펌에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금융 당국이 이례적으로 2~3개가 아닌 10여 개나 되는 로펌에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관련 자문 의뢰를 한 것을 놓고 적합 판단을 내리기 위해 '끼워 맞추기' 또는 '명분 쌓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도 보내고 있다. 유 전 대표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취지 판결로 은행법상 대주주 상실이 결정된 것이나 다름 없다는 논리의 근거를 얻기 위해 금융 당국이 로펌을 일종의 바람막이로 끌어 들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법률자문도 특정 통계나 연구보고서 의뢰와 같이 자문을 의뢰하는 사람의 자문 의도가 내포돼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환은행 건은 수년간 정치적 사안과 맞물려 있는 만큼 특정 방향으로 법률 자문결과를 이용하려는 '명분 쌓기'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로펌들이 원하는 대답을 척척 내주는 순진한 자판기 역할을 자처할 수만은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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