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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형제와 자식
입력1999-03-10 00:00:00
수정
1999.03.10 00:00:00
崔禹錫(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일본 속담에 『형제는 타인(他人)의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핏줄이지만 자식과 형제는 피의 농도(濃度)가 다르다는 뜻일 것이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경영자 교체과정에서 이 말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현대자동차 하면 으레 정세영(鄭世永)회장을 떠올린다. 오늘의 현대자동차를 키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60년대 후반 현대가 한창 뻗어나갈때 무교동에 있는 현대본사로 취재를 간 적이 있다. 그때 대외적인 일은 주로 정인영(鄭仁永)씨가 맡아 했는데 신문기자들의 응대도 그분 몫이었다.
젊었을적 한때 신문기자를 했다면서 현대의 입장을 열심히 설명하곤 했다. 그때 자동차를 맡아하는 내 동생을 만나보라며 한 젊은 분을 소개해 줬다. 바로 오늘의 정세영회장이었다. 당시 현대는 자동차사업에 막 착수하여 포드자동차와 제휴로 「코티나」라는 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정세영회장은 그때 예의 상냥한 얼굴로 『잘 부탁합니다』하며 밝게 사람을 대했다. 티를 내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타입이다. 정회장의 밝고 소탈한 성품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때 현대그룹을 뒷받침했던 정인영씨는 한라(漢拏)그룹을 차려 따로 분가해 나갔다가 요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의 왕회장 형제분은 모두 일찍 한몫씩 떼어 분가해 나갔다. 정회장만큼은 마지막까지 남아있어 혹시나 했는데 역시 마지막 분가를 했다.
『형제는 타인의 시작』임을 알린 것은 현대뿐만이 아니다. 코오롱이나 KAL이 먼저다. 정회장이 이임사에서 말했듯 형님 덕분에 화려한 직장생활을 하고 이제 한 그룹의 오너가 됐으니 성공한 인생일지 모른다. 그러나 어찌 아쉬움이 없겠는가.
정회장은 30여년 동안 자동차 한우물을 파 정회장 하면 으레 자동차를 떠올린다.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자동차회사 경영자로서 한국에선 드문 존재이다. 그런데 갑자기 아파트회사 경영자로 변신했으니 좀 어리둥절하고 아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아파트 경영도 잘 하리라 믿지만 부가가치나 국가적 기여면에서 아무래도 한국경제가 손해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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