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필] 공직자 부조금 금지의 '고결한 실험'

崔禹錫(삼성경제연구소 소장)공직자들이 관혼상제를 당했을 때 부조금 받는 것을 엄격히 규제하려했다가 너무 반발이 심해 약간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부조금 때문에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너무 큰 부담이 된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래서 정부에선 우선 공직자라도 모범을 보이자고 고위직부터 부조금을 받지 않기로 한 모양이다. 그런데 취지는 좋으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이제까지 의례적으로 주고받던 것이 갑자기 끊어지니 한쪽이 일방적 타격을 받게 되고 또 부조금을 몰래 받다가 처벌받는 사람도 생긴다.

보통의 가계에선 부조금을 안 받고 관혼상제를 치르기가 어렵다. 그래서 한국가정에선 부조금이 일종의 상호부금처럼 치부되어 왔다. 부조금 대신 저리의 은행융자 등도 검토되는 모양이나 그렇게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현실적으로는 꼭 필요한데 공식적으로는 못받게 하면 여러가지 이상한 방법이 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 1920년대에 금주법(禁酒法)이 시행된 적이 있었다. 여러가지 해악을 끼치는 술을 사회에서 추방하여 맑고 건전한 사회를 이룩하겠다는 취지였다. 후버 미국 대통령은 금주법을「고결한 동기와 원대한 목적을 가진 사회적 경제적 실험」이라 평했다. 1920년 1월 17일부터 금주법이 실행되고 나니 공식적으론 술이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지하술집이 번창하고 술을 제조·운반하는 지하조직이 활개를 쳤다. 시카고의 유명한 갱 알 카포네가 전국적 조직을 만들고 떼돈을 번 것이 금주법 시대였다.

힘없고 돈없는 사람은 못 마셨지만 특수층들은 얼마든지 술을 마실 수 있었다. 금주법은 헌법사항이었기 때문에 술을 몰래 마시면 헌법위반이 된다. 현실에 안맞는 금주법 때문에 국가의 기본틀인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생각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런 문제들을 모두들 잘 알았지만 금주법의 명분이 워낙 좋다보니 없애자는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금주법은 나중엔 있으나마나한 법이 되어 1933년 말에 결국 폐지된다. 그 14년 동안을 후세 사람들은 「고결한 실험」이라 불렀다.

공직자 부조금 금지도 역시「고결한 실험」이 될 것인가.